이랜드 일반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홈에버 상암점에서 회사 쪽의 비정규직 대량해고 조처에 반발해 12일째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벼랑끝 비정규직을 위한 ‘어깨동무’
시민단체·네티즌등 가세 분노의 공감-실천의 연대
시민단체·네티즌등 가세 분노의 공감-실천의 연대
#1. “애들한테 ‘엄마 잘렸다’는 말도 못한다는 홈에버 계산원 아주머니 얘기를 보고선 눈물이 앞을 가렸어요!”
주부 김아무개(31·서울 강서구 등촌동)씨는 11일 이랜드그룹 비정규직 사태를 접하면서 사회문제에 대해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하던 ‘분노’를 느끼고 있다. 그는 “집과 가까워 홈에버에서 장을 보곤 했는데, 이젠 멀더라도 다른 곳을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2. 김아무개(31·여·서울 종로구 명륜동)씨는 최근 메신저 대화명을 ‘이랜드 가지말자’로 바꿨다. 한 대학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그는 “계약직의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내가 이런 상황에서 이랜드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겠느냐”며 “가격을 반으로 내린다고 해도 다시는 이랜드는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할인매장 주부 사원들이 12일째 매장 점거농성을 벌이는 등 이랜드 비정규직 사태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시민사회에 자발적 불매운동 움직임이 번지고 있다. 노동·시민단체가 주도하기보다는 시민, 누리꾼, 진보적 인사 등 개인들이 먼저 나서는 양상이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불매운동을 주장하는 글이 블로그와 포털사이트 카페 등을 통해 퍼지고 있다. 포털 다음에 있는 한 아파트 주민 카페(cafe.daum.net/Bora5BL) 게시판엔 “종교적인 신념으로 사랑을 베풀고 같이 공생하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길 기대합니다”라며 불매운동을 주장하는 글이 올랐다. 아이디 ‘나의파도’는 개인 블로그(blog.naver.com/hesse93)를 통해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려면 나 하나의 참여가 중요하다”며 불매운동을 전파하겠다고 밝혔다.
진보적 지식인들도 나서고 있다. 김정란 상지대 교수(문화콘텐츠학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사태가 아주 고약하다”며 “불매운동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장학자들 모임인 ‘연구공간 수유+너머’ 게시판에는 불매운동을 제안하는 회원 글이 여러개 눈에 띈다.
노동·시민단체의 움직임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80만명의 조합원들에게 불매운동 지침을 내린 상태”라고 말했다. 경기 민주언론시민연합·경실련 등 단체 8곳도 지난 10일 불매운동을 공식 결의했다. 김기선미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국장도 “신속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불매운동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이는 미국 시민사회가 대표적인 반노조 기업으로 지목된 월마트를 상대로 벌이는 불매운동처럼 발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내희 중앙대 교수(영문학)는 “불매운동은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사회적 연대”라며 “자본의 잘못된 행태에 소비자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애 최원형 노현웅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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