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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비정규직법 시행 100일, 노동장관·노총위원장 좌담

등록 2007-10-09 20:19수정 2007-10-10 11:16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이상수 노동부장관,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왼쪽부터)이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비정규직법 보완 대책 마련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협의 틀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나타내고 있다. 김정효 기자 <A href="mailto:hyopd@hani.co.kr">hyopd@hani.co.kr</A>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이상수 노동부장관,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왼쪽부터)이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비정규직법 보완 대책 마련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협의 틀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나타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난 8일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지 100일을 맞았다. 그 사이 이랜드, 코스콤처럼 차별시정을 회피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보완 입법이나 법 폐기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겨레>는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에서 이상수 노동부 장관,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비정규직법 시행 평가와 보완 대책을 놓고 머리를 맞댈 자리를 마련했다. 사회는 양상우 <한겨레> 사회정책팀장이 맡았다.

사회=비정규직법 시행 100일을 평가한다면?

이상수 노동부 장관 “나름대로 잘 시행되고 있다”

이상수=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해소를 위해 최소한의 법적 테두리를 만들었다. 안착 과정에 마찰과 갈등이 있지만, 나름대로 법이 잘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용득=여러 가지를 고쳐야 한다. 무엇보다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고용의 질’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석행=법 제정 전부터 지적됐던 문제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현행 법은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법이 아니다. 외주화나 계약해지 등으로 되레 비정규 노동자들의 고용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겠다고 했지만, 첫 차별시정을 신청했던 고령축산물공판장 비정규직 노동자가 해고된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차별시정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현재 비정규직법으로 비정규직의 고용보장이나 처우개선은 요원하다.

이상수=성급한 평가다. 은행들은 대규모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고 공공부문에서도 7만여명이 정규직화되지 않았나.


이석행=노조가 있는 일부 회사나 공기업의 사례다. 사회의 ‘바닥’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예를 들어 청소용역노동자들은 어떤가. 이들은 외주화로 일자리 자체를 잃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사회=정규직 전환은 분리직군제 등 이른바 ‘중규직’의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용득=과거 은행들에서 노조의 투쟁으로 일종의 분리직군제였던 ‘여행원제’는 폐지됐지만, 은행의 여성노동자들이 대거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상과 현실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 과정에서 다시 직군분리제가 등장하고 있는데, 고용보장을 우선적으로 얻어내며 비정규직 해법의 물꼬를 텄다고 본다. 우리은행의 경우 분리직군으로 고용이 보장된 3천여명은 전체 노조원의 3분의 1이다. 어떤 노조 집행부도 이들의 차별시정 요구를 회피할 수 없고, 이는 앞으로 직군 사이의 차별시정으로도 나갈 것으로 본다.

이상수=비슷한 생각이다. 비정규직 보호도 단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기업에 고용안정과 차별시정을 동시에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고용안정을 먼저 얻는 대신, 차별시정은 단계적으로 푸는 게 현실적이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비정규직 보호하는 법 아냐”

이석행=분리직군제의 가장 큰 문제는 노조가 없거나 힘이 약한 곳에서 차별을 고착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노조 조직률이 10%밖에 되지 않고 산별노조가 뿌리내리지 않은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사회=차별시정 요청한 해당노동자가 최근 해고되는 등 차별시정제도의 허점도 지적되고 있는데.

이석행=노조도 차별시정 요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비정규직 본인이 차별시정을 요구했다가 계약해지 당하고 몇년씩 싸워야 한다면 누가 차별시정을 요구할 수 있나. 또 이랜드·뉴코아처럼 차별시정을 피하려 외주용역을 주는 기업도 있는데, 외주용역노동자도 차별시정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용득=경영계는 차별을 할 수 없다면 비정규직을 쓰는 실익이 없어진다고 보기 때문에, 노조에 차별시정 신청권을 주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차별시정을 요청한 비정규직 노동자와 근로계약을 해지하는 고용주는 처벌하는 장치는 있어야 한다.

이상수=지금도 차별시정을 신청한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면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제도가 미흡한 게 아니다. 차별시정 신청자와 재계약을 거부한 고령축산물공판장에 대해선 사용자 쪽을 처벌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문제점은 앞으로 고쳐나가면 된다. 노조나 외주용역노동자에게도 차별시정 요구권을 주는 문제는 다시 한번 따져 보겠다.

사회=외주화, 간접고용 등도 논의해보자.

이상수=외주화를 통해 법망을 피해가는 것은 큰 문제다. 기업들에게는 고용보장, 차별시정의 필요도 없고 노조와 직접 부딪치지 않아도 되는 외주화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정부는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기업 입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더라도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 상황을 만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외주화에 대한 법적인 규제는 논의해볼 수 있지만,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외주화 문제 대비하지 못해”

이용득=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차원에서 외주화를 고려한다면, 외주화하더라도 근로조건을 저하시키면 안된다고 법적으로 못박아야 한다.

이석행=이랜드는 분명히 ‘비정규직법 피하려면 외주화 밖에 방법이 없다’고 공공연히 밝혔다.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등 단서조항만 있어도 함부로 외주화할 수 없다. 정부 산하기관이나 지자체부터 외주용역화 방침을 접어야 한다. 법 개정이 안된다면 차별시정을 피하려 외주용역화하는 것을 강력하게 제재하는 지침이라도 노동부가 내려야 한다.

사회= 해법을 찾기 위해 당장 해야 할 일은?

이상수=법 시행 과정에서 드러난 경험을 토대로 좋은 합의를 할 수 있다. 민주노총도 법안을 폐기하자고만 외치지 말고, 문제점 개선을 위해 머리를 맞대자. 하루 빨리 노사정위원회에 들어와 함께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석행=노사정위 참여는 대의원대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대회 개최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상수=비정규직 실태조사가 우선이다. 그 뒤 보완책이나 입법개선책을 논의할 수 있다. 일단은 양대 노총과 정부, 경영계가 모이는 ‘틀’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이석행=민주노총도 보완할 것은 하자는 입장이다. (노사정위가 아닌) 다른 형식이라면 참여하겠다. 비정규직 실태조사도 정부가 의지를 갖고 진행하면 참여하겠다.

이용득=최근 경총도 실태조사를 하자는데는 동의했다. 노조가 조사하는 게 아니라, 중립적 기관인 노동부나 연구원에 맡기는 방안으로 실태조사부터 해야 한다. 그런데 3자가 합의하더라도 재계가 반대하지 않겠나.

이상수=별도 기구를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경총을 설득해보겠다.

정리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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