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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일하면 일할수록 손해…최저임금 보장해달라”

등록 2008-06-13 19:56수정 2008-06-13 23:29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조합원들이 13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 컨테이너기지에서 열린 파업출정식에서 ‘운송료 현실화, 표준요율제 도입’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의왕/박종식 기자 <A href="mailto:anaki@hani.co.kr">anaki@hani.co.kr</A>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조합원들이 13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 컨테이너기지에서 열린 파업출정식에서 ‘운송료 현실화, 표준요율제 도입’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의왕/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신선대·감만터미널 선적지연·취소 사태 잇따라
의왕·평택항엔 컨테이너 쌓여 물류대란 현실화
기름값 폭등 ‘용차’도 불가능…화주들 발만동동
화물연대 파업현장

화물연대 총파업 첫날인 13일 오전 국내 항만 컨테이너 화물의 75.6%를 처리하는 부산항. 신선대 터미널과 감만 터미널 진입로 양쪽에 화물연대 소속 컨테이너 차량 수십대가 줄지어 서 있었으나, 수송에 나선 차량은 눈에 띄지 않았다. 신선대 컨테이너 터미널 등 부산항 각 부두는 평소처럼 이날 오전 9시부터 문을 열었지만, 항만을 운행하는 차량은 오전 10시 평소의 27.0%에서 오후 1시엔 13.6%로 갈수록 줄었다. 이날 오전 감만과 자성대 부두에 반입될 예정이던 컨테이너 150개의 선적이 취소되는 등 부두별로 선적 지연과 취소가 잇따랐다.

총파업에 들어간 화물연대 차량들이 13일 부산항 신선대 부두를 가득 메우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총파업에 들어간 화물연대 차량들이 13일 부산항 신선대 부두를 가득 메우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같은 시각,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소속 노조원 350여명이 파업 출정식을 벌인 수도권 물류의 중심인 경기 의왕시 내륙 컨테이너기지 너머에는 평소 3단 높이였던 컨테이너가 4~5단 높이로 쌓였다. 이들 노조원들의 집회가 열리던 이날 오전 11시30분께 육군 헌병대를 앞세운 제3군수지원사령부 소속 트레일러 15대가 의왕 내륙 컨테이너기지 앞에 모습을 드러내 한때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하지만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하조룡 사무부장은 “이번엔 지난 2003년 파업과 달리 비조합원·파업 비참여 차량들의 운행을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며 “굳이 그런 과격한 행동을 안 해도 절박한 운송 노동자들의 사정을 모든 화물운송 노동자들과 국민들이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미 5일째 파업 중인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 컨테이너 적치장에 쌓인 컨테이너는 적정한 장치율인 1400TEU를 넘어 1500TEU를 기록했다. 평택항 컨테이너터미널 앞에서 5일째 뙤약볕을 맞으며 파업 중인 화물연대 노조원 함광식씨는 “국토부가 승인한 최저 운송요금인 표준요율제는 운송 현장에서는 종잇조각”이라며 “운임을 많이 받겠다는 것도 아니고 최저 임금을 보장해 달라는 것인데도 일부 화주들은 아예 교섭 현장에도 안 나타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파업이 시작되면서 부산과 평택항 부두는 물론, 의왕 내륙 컨테이너기지에는 반출되지 못한 컨테이너가 거대한 산을 이루고 있다. 부산해양수산청 등은 파업에 대비해 최근 2~3일 동안 빈 컨테이너와 장기 적체 컨테이너의 강제 반출을 통해 부산 북항 7개 컨테이너 부두의 평균 장치율을 78%대까지 낮췄다. 그러나 파업으로 수입화물 반출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날 낮 장치율이 다시 한계치인 80%를 넘어섰다.

특히 화물연대 파업으로 제때 화물 반출이 안 되면서 화물주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평택 컨테이너터미널 문진수 대리는 “화주들이 납기를 맞춰야 하는데 화물을 가져갈 방법이 없겠느냐는 문의 전화가 하루에 50통 이상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평택항에서는 일부 화주들이 직접 승용차를 가져와 화물연대 소속 노조원들의 양해를 얻어 부두에서 컨테이너를 연 뒤 화물을 꺼내 자신들의 승용차로 실어 나르고 있다.

화물연대의 파업이 본격화되면서 운송업체들은 두 손을 다 든 표정이다. 의왕 내륙 컨테이너기지에 입주한 16개의 운송업체 중 한 업체 관계자는 “예고된 파업이지만 기름값 폭등이라는 악재가 겹쳐 파업 때 빌려 쓰던 이른바 ‘용차’(임대차량) 대체도 불가능한 상태”라며 “이번은 화주와 화물 노동자들과의 줄다리기가 아닌 것 같다”고 걱정했다.


전남 광양항 부두 운영사인 동부익스프레스 박병운 기획관리팀장은 “운송사나 화주들도 5년 전에 운송비가 미미하게 인상된 뒤 오르지 않아 화물차 기사들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화주들도 원재료값 인상으로 힘든 상황이어서 해결책이 나올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경북본부 배성운 사무처장은 “2003년의 파업 때는 화물 과적과 다단계 알선이 주요 쟁점이었는데, 지금은 다단계 알선에다가 고유가 폭탄을 맞은 상황”이라며 “조합원이나 비조합원이나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에 이번 파업은 아무런 대책 없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산 평택 의왕 포항/신동명 홍용덕 김기성 박영률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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