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인건비 등을 노리는 사내하청은 이미 업종과 공·사기업을 불문하고 확산되고 있다. 왼쪽부터 화순 전남대병원, 인천국제공항, 부산 한진중공업 조선소, 한 홈쇼핑업체 콜센터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일하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나쁜 일자리’ 사내하청 ② 유행처럼 번지는 사내하청
침대 커버, 시트, 베개피 교환 및 세팅, 객실 및 욕실 휴지통 비우기, 커피·와인잔 등 잔 8개와 재떨이 씻어 마른 천으로 닦기, 냉장고 내부 정리정돈, 옷장 청소 및 정리정돈, 테이블 위와 서랍 안 먼지 제거, 50여 가지에 이르는 각종 비품 정리정돈 및 보충, 객실문 안팎 닦기, 전등, 창문, 창틀과 유리 얼룩 및 먼지 제거, 진공청소기로 카펫 및 바닥 청소, 방향제 뿌리기, 커튼 세팅, 세면대, 욕조, 샤워부스, 변기, 욕실 바닥, 배수구 세척 및 머리카락 제거, 타월 교환 및 세팅 등.
호텔 룸메이드 업무 가운데 주요 부분이다. 40여 항목의 체크리스트를 든 인스펙터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져야 객실 정비가 완료된다. 객실 하나에 40분, 하루 8시간에 객실 12개가 책정된다. 휴게실? 없다. 필요도 없다. 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점심도 20~30분 만에 후딱 해치우고 다시 종종걸음으로 뛰어다녀야 겨우 할당량을 마칠 수 있다. 요즘 같은 호텔 성수기에는 18개, 심지어 20개까지 할당이 떨어지기도 한다. “다이어트가 따로 필요 없어요. 룸메이드 해보세요. 한달 안에 3~5㎏이 그냥 빠져요.”
이렇게 일하는 3년차 룸메이드가 한달에 쥐는 돈은 보통 기본급 120여만원에 초과·휴일근로수당, 팁을 포함해 140~150여만원가량. 상여금? 없다. 2000년께까지는 호텔들이 룸메이드를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했다. 호텔 서비스 질을 좌우하는 상시적이고 필수적인 업무이기 때문이다. 이후 호텔들이 경비절감 등을 위해 하청으로 전환하기 시작했고, 현재 룸메이드들은 거의 대부분 하청업체 소속이다. 휴일 근무를 하면 통상임금의 1.5배를 줘야 하지만, 하청업체는 아르바이트에게는 6만원을 주면서 업체 소속 룸메이드에게는 5만원만 주는 경우도 있다. 호텔이 하청업체를 선정하면서 최저가 입찰을 하다보니 생기는 일들이다.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일은 고된데다 임금마저 적으니 전직이 많고, 남은 룸메이들은 1만원만 더 준다는 곳이 있으면 몇달마다 둥지를 옮기는 철새가 됐다.
공-사기업·업종 불문하고 확산
300인 이상 사업장중 41% 해당 고용노동부의 ‘2010년 300인 이상 사업장 사내하도급(하청)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8월 기준 롯데호텔이 룸메이드를 포함한 하청노동자 비율이 가장 높아 전체 1690명 가운데 28.4%인 480명을 하청으로 쓰고 있고, 조선호텔 25.4%, 워커힐호텔 21.3%, 리츠칼튼호텔 17.2%, 신라호텔 15.7% 등 순이었다. 이처럼 사내하청이 자동차, 철강, 전자 등 제조업뿐 아니라 호텔, 유통업체, 대학, 병원, 은행, 정보통신업체, 공기업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같은 자료를 보면, 300인 이상 사업장 1939곳 가운데 41.2%인 799곳에서 사내하청을 쓰고 있었고, 전체 183만여명 가운데 15.1%인 32만여명이 하청노동자였다. 하청을 쓰는 799곳의 노동자는 132만여명으로, 하청노동자 비율이 24.6%에 이른다. 사업장당 하청업체수는 평균 11개였고, 하청업체당 평균 노동자수는 38명이었다.
업종별로 보면 조선과 자동차가 100% 사내하청을 쓰고 있고, 다음으로 철강(87.1%)-기계(76.9%)-금속(68.8%)-화학(68.5%)-사무(61.0%)-전자(60.6%)-전기(58.0%)-판매(50.6%)-기타(30.0%)-서비스(29.1%) 순이었다. 전체 노동자 가운데 하청노동자 비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조선(61.3%)이고, 철강(42.7%), 기계(18.2%), 자동차(16.3%)가 뒤를 이었다. 공기업·준공기업조차 36%
인천공항, 보안검색도 맡겨 정규직보다 사내하청이 많은 사업장은 포스코, 커피빈코리아, 대한조선, 쌍용양회 동해공장, 효성 울산·구미1공장, 한국암웨이, 롯데햄, 롯데쇼핑, 케이티텔레캅서비스, 농협목우촌, 하이트맥주 등 모두 48개였다. 이 가운데 공기업으로는 전세계적으로 유일하게 보안검색 업무까지 사내하청을 활용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전체 6839명 가운데 86.4%인 5936명을 하청으로 써 비율이 가장 높았고, 한국도로공사가 1만1613명의 63.0%인 7311명, 한국마사회는 3093명의 63.0%인 1948명,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는 1462명의 50.3%인 736명이 하청노동자였다. 하청업체가 미하청업체보다
채용률·일자리 창출률 낮아 공기업이나 준공기업, 지방자치단체 300인 이상 전체 사업장 206곳 가운데 36.4%에 이르는 75곳에서 사내하청을 쓰고 있었고, 사내하청을 쓰는 사업장 전체 노동자 10만9769명 가운데 2만9412명이 하청노동자로 그 비율이 26.8%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하청노동자 비율이 30% 이상에 이르는 사업장은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50% 이상인 4곳 외에 대한석탄공사 도계광업소(43.7%), 국민건강보험공단(35.0%), 한국지역난방공사(34.9%), 한전 서울사업본부(33.0%), 대한송유관공사(31.1%), 한국중부발전 보령화력본부(30.9%),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30.4%), 부산지하철을 운영하는 부산교통공사(30.1%)가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장에서 사내하청 활용이 민간기업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정부나 지자체의 좋은 일자리 창출에 대한 태도를 잘 보여준다. 이런 사내하청 확대는 대기업의 채용률 둔화와 일자리 창출률 약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올 초 낸 보고서를 보면, 사내하청 활용 사업체가 미활용 사업체에 견줘 일자리 창출률이 1.9%포인트 낮고, 채용률도 15.2%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나쁜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을 막아 양극화로 인해 심각해지고 있는 사회적 불만을 완화시켜야 하는 것이 공공부문의 역할인데도 우리는 정부의 공기업 경영혁신 지침 등으로 인해 거꾸로 가고 있다”며 “공공부문은 적정한 임금과 근로조건을 보장하는 국가의 의무를 다하는 모범적 사용자여야 한다는 인식을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현 선임기자 inhyeon@hani.co.kr
300인 이상 사업장중 41% 해당 고용노동부의 ‘2010년 300인 이상 사업장 사내하도급(하청)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8월 기준 롯데호텔이 룸메이드를 포함한 하청노동자 비율이 가장 높아 전체 1690명 가운데 28.4%인 480명을 하청으로 쓰고 있고, 조선호텔 25.4%, 워커힐호텔 21.3%, 리츠칼튼호텔 17.2%, 신라호텔 15.7% 등 순이었다. 이처럼 사내하청이 자동차, 철강, 전자 등 제조업뿐 아니라 호텔, 유통업체, 대학, 병원, 은행, 정보통신업체, 공기업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같은 자료를 보면, 300인 이상 사업장 1939곳 가운데 41.2%인 799곳에서 사내하청을 쓰고 있었고, 전체 183만여명 가운데 15.1%인 32만여명이 하청노동자였다. 하청을 쓰는 799곳의 노동자는 132만여명으로, 하청노동자 비율이 24.6%에 이른다. 사업장당 하청업체수는 평균 11개였고, 하청업체당 평균 노동자수는 38명이었다.
업종별로 보면 조선과 자동차가 100% 사내하청을 쓰고 있고, 다음으로 철강(87.1%)-기계(76.9%)-금속(68.8%)-화학(68.5%)-사무(61.0%)-전자(60.6%)-전기(58.0%)-판매(50.6%)-기타(30.0%)-서비스(29.1%) 순이었다. 전체 노동자 가운데 하청노동자 비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조선(61.3%)이고, 철강(42.7%), 기계(18.2%), 자동차(16.3%)가 뒤를 이었다. 공기업·준공기업조차 36%
인천공항, 보안검색도 맡겨 정규직보다 사내하청이 많은 사업장은 포스코, 커피빈코리아, 대한조선, 쌍용양회 동해공장, 효성 울산·구미1공장, 한국암웨이, 롯데햄, 롯데쇼핑, 케이티텔레캅서비스, 농협목우촌, 하이트맥주 등 모두 48개였다. 이 가운데 공기업으로는 전세계적으로 유일하게 보안검색 업무까지 사내하청을 활용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전체 6839명 가운데 86.4%인 5936명을 하청으로 써 비율이 가장 높았고, 한국도로공사가 1만1613명의 63.0%인 7311명, 한국마사회는 3093명의 63.0%인 1948명,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는 1462명의 50.3%인 736명이 하청노동자였다. 하청업체가 미하청업체보다
채용률·일자리 창출률 낮아 공기업이나 준공기업, 지방자치단체 300인 이상 전체 사업장 206곳 가운데 36.4%에 이르는 75곳에서 사내하청을 쓰고 있었고, 사내하청을 쓰는 사업장 전체 노동자 10만9769명 가운데 2만9412명이 하청노동자로 그 비율이 26.8%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하청노동자 비율이 30% 이상에 이르는 사업장은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50% 이상인 4곳 외에 대한석탄공사 도계광업소(43.7%), 국민건강보험공단(35.0%), 한국지역난방공사(34.9%), 한전 서울사업본부(33.0%), 대한송유관공사(31.1%), 한국중부발전 보령화력본부(30.9%),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30.4%), 부산지하철을 운영하는 부산교통공사(30.1%)가 있다. 정부나 지자체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장에서 사내하청 활용이 민간기업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정부나 지자체의 좋은 일자리 창출에 대한 태도를 잘 보여준다. 이런 사내하청 확대는 대기업의 채용률 둔화와 일자리 창출률 약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올 초 낸 보고서를 보면, 사내하청 활용 사업체가 미활용 사업체에 견줘 일자리 창출률이 1.9%포인트 낮고, 채용률도 15.2%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나쁜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을 막아 양극화로 인해 심각해지고 있는 사회적 불만을 완화시켜야 하는 것이 공공부문의 역할인데도 우리는 정부의 공기업 경영혁신 지침 등으로 인해 거꾸로 가고 있다”며 “공공부문은 적정한 임금과 근로조건을 보장하는 국가의 의무를 다하는 모범적 사용자여야 한다는 인식을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현 선임기자 inhye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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