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수배를 받아온 김명환 위원장(왼쪽 둘째)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물 들머리에서 자진출석하려고 나와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왼쪽)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하며 노조원들과 충돌하면서 다시 건물 안에 들어갔던 김 위원장은 오후 5시가 조금 넘어 경찰에 자진출석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민주노총앞 병력 배치
노조 집회 강제해산 ‘과잉대응’
지도부 ‘자진출석’ 발길 돌려
6시간 대립상황 끝 출석
경찰 “엄정 사법처리할 것”
노조 집회 강제해산 ‘과잉대응’
지도부 ‘자진출석’ 발길 돌려
6시간 대립상황 끝 출석
경찰 “엄정 사법처리할 것”
경찰의 수배를 받아온 김명환 위원장 등 전국철도노조 지도부 13명이 우여곡절 끝에 14일 자진출석했다. 지난달 16일 노조 간부 10명의 체포영장이 처음 발부된 뒤 30일 만이다.
김 위원장 등 철도노조 간부 11명은 이날 오후 5시10분께 그동안 머물던 서울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사무실을 나와 대기중이던 경찰 승합차 5대에 나눠 탔다. 경찰은 이들을 서울 용산경찰서 등 전국 5개 경찰서로 연행해 조사했다. 이에 앞서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와 조계사에 있던 최은철 사무처장과 박태만 수석부위원장은 개별적으로 용산경찰서에 자진출석했다. 이로써 철도파업 관련 수배자는 더 이상 없게 됐다.
김 위원장 등 11명의 자진출석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경찰이 불필요한 공권력을 투입하는 바람에 건물 바깥까지 나왔던 지도부들이 다시 민주노총으로 들어가 6시간 동안 대치했다.
철도노조와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10시30분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배중인 노조 간부들이 경찰에 자진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명환 위원장은 ‘국민께 드리는 글’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간부 전원은 이제 자진출석하고자 한다. 이제 공은 정부와 코레일로 넘어갔다. 이제야말로 대화와 교섭의 장으로 나와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이 11시부터 민주노총 앞 인도에서 열린 노조 쪽 결의대회를 문제 삼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경찰은 30명이라고 신고한 집회인원보다 더 많은 인원이 모였다고 트집을 잡았다. 기자회견을 마친 철도노조 지도부는 이 자리에서 간략한 인사말을 하고 10여m를 걸어 경찰차에 올라탈 예정이었다.
경찰은 “도로를 점거하는 등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 질서유지를 위해 해산을 요청한다”며 해산명령을 내렸다. 오전 11시25분께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의 인사말이 끝나자 확성기에서 “52, 54(기동대 중대) 들어가세요, 들어가세요”란 다급한 명령이 나왔다. 의경들이 집회에 참석중인 조합원들을 강제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합법적인 집회를 방해하는 행위다”라고 외치는 민주노총 쪽 확성기는 고막을 찢을 듯한 경찰 쪽 확성기 소리에 묻혔다.
10여분 만에 50여명의 조합원이 강제 해산되고, 경찰력이 로비 앞으로 몰려오자 철도노조 지도부는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자진출석이 자칫 강제연행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민주노총과 철도노조는 곧 “경찰력이 철수할 때까지 자진출석을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대립 상황이 다시 장기화할 수 있던 상황에서 철도노조는 로비 바로 앞에 차를 대고 간부들이 스스로 차에 올라타는 조건을 제시했고 경찰은 이를 받아들였다. 철도노조 백성곤 홍보팀장은 “10여m를 경찰에 끌려가는 것은 자칫 강제연행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로비 바로 앞에 차를 대는 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출석한 철도노조 집행부 13명을 의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 등은 이번 최장기간 파업에서 주도적인 구실을 했고 도피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철저히 조사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정국 김경욱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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