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출판노조협의회가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출판사 자음과모음 앞에서 선전전을 열고 자음과모음의 부당인사와 강병철 사장의 전횡 등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사진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 제공
부당 인사·실적 압박 등 ‘갑질’ 시정요구에
되레 언론노조 출판지부 간부 명예훼손 고소
출판지부 “대화 국면이었는데 면담 직후 고소”
되레 언론노조 출판지부 간부 명예훼손 고소
출판지부 “대화 국면이었는데 면담 직후 고소”
출판사 자음과모음이 노동자들에게 실적 압박과 부당 인사 등의 ‘갑질’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이하 출판지부) 간부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형사고소했다.
출판지부는 11일 “자음과모음이 지난 8일 박진희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장 등 간부 2명을 형사고소했다”며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전화를 걸어와 자음과모음으로부터 명예훼손 고소가 접수됐으니 주거지 경찰서에 출두해 진술을 해야한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출판지부가 공개한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에 대한 자음과모음의 입장’을 보면, 자음과모음은 “출판지부가 본 출판사에 대한 허위 사실을 아무런 사실 관계의 확인도 없이 성명으로 발표하고,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게시하고 언론에 실리게 함으로써 본 출판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며 “허위와 왜곡으로 일관하는 출판지부의 행태로 인해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출판사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자음과모음은 이어 “본사는 문화관광부의 우수문예지로 선정받은 매체를 발간하는 출판사”라며 “출판지부의 허위사실 유포로 인해 출판사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저자와 직원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음과모음은 지난 3월25일 이 회사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던 윤정기(29)씨를 물류팀 소속으로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인사 발령 냈다. 이 과정에서 출판사 전·현직 직원들이 사쪽의 △실적 강요 △근로계약서 미작성 △강병철 사장의 폭언 등과 같은 문제를 제기하면서 파장이 일었다. (▶ 관련 기사 : 실적 압박·부당인사 등 출판사 ‘갑질’…29살 청년 편집자는 꿈을 뺏겼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labor/686452.html)
이에 출판지부는 지난달 13일 ‘자음과모음은 부당 전보를 취소하고 부당노동행위를 바로잡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자음과모음 출판사는 즉각 윤정기씨를 본래 소속인 ㈜자음과모음 편집부 문학팀으로 발령하라 △근로계약서를 작성·교부하지 않는 등 회사 내 무수한 불법적인 노동행위를 바로잡으라 △강병철 사장은 모욕적인 언동과 불법행위에 관해 직원들에게 사과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상세한 대책을 마련하여 공개하라 △더불어 즉각 경영상 월권행위를 중단하고, 민주적인 경영을 약속하라 등의 요구 사항을 밝혔다.
출판지부는 지난 7일 자음과모음 사쪽과 면담을 하고 성명서 내용과 동일한 요구 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출판지부 관계자는 “면담을 통해 대화를 하는 국면이었는데 면담 직후 출판지부 간부들을 고소했다는 것은 대화를 통해 이 사건을 풀기보다 법의 힘을 빌려 노조 활동을 무력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실망스럽다”며 “젊은 편집자의 꿈을 짓밟은 사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의 반성도 없이 사쪽의 명예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음과모음 정은영 주간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 사건을 두고 한겨레와는 인터뷰를 하지 않을 것이고, 아무런 확인도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출판지부는 12일 오후 7시30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인권재단 사람에서 ‘책 만드는 사람들, 당신의 출판 ‘노동’ 이야기’라는 주제의 출판노동 실태 집담회를 열 예정이다. 출판지부 관계자는 “출판사 사쪽의 부당 행위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명예훼손 소송 등으로 대처하는 것이 비단 자음과모음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집담회에서 이런 문제들을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자음과 모음-언론노조 출판지부 집담회 웹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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