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 4당 간사들이 지난 3월2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무실에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논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한 의원,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 연합뉴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다음달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3월까지 논의한 개정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회 환노위 고용노동 법안심사소위원회는 3월20일과 27일 회의를 열어 고용부 행정해석에 따라 최대 68시간인 근로시간을 올해 안에 52시간으로 줄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을 주 52시간(법정노동시간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규정하지만, 고용부는 2004년에 “휴일근로는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행정해석을 내려 사실상 주 68시간(법정 40시간+연장 12시간+토·일요일 16시간) 근로를 허용해왔다. 여야는 “고용부의 기존 행정해석은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하며 이를 고치는 데 합의했지만 시행 시기와 임금 할증에 의견이 엇갈렸다. 민주당은 근로시간을 즉시 단축하자고 했지만 자유한국당은 기업 규모에 따라 순차 시행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도록 근로기준법을 바꾸면서 유예기간을 둬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19년부터, 30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부터 적용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법을 합법화해주는 꼴”이라며 적용 유예에 반대했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이 곧바로 시행하되 처벌 면제 규정을 두자는 조정안을 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1주일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 도입에 대해서도 의견이 달랐다. 신보라 의원은 “300인 미만 사업장은 2년간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해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60시간→52시간으로 줄여나가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강병원 의원은 “특별연장근로 8시간을 추가하면 주당 노동시간이 60시간으로 늘어 근로기준법이 오히려 후퇴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용득 민주당 의원도 “군더더기를 다는 것은 의미가 없고 법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휴일근로 할증수당 계산법 또한 핵심 쟁점이다. 민주당·정의당 의원들은 현행 할증률(통상임금 50%)을 유지한 채 대법원 판결을 지켜보자는 의견을 내놨고, 자유한국당의 신보라·임이자 의원은 할증률 감액을 요청했다. 현재 고용부는 8시간 이내 휴일근로수당은 통상임금 50%라고 행정해석하지만, 하급심 다수 판결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로 포함해 통상임금의 100%(휴일근로 50%+연장근로 50%)를 수당으로 얹어줘야 한다고 본다. 신보라 의원은 할증률을 중복 없이 50%로 일괄 적용하자고 했고 강병원 의원은 “사법부 판결을 흔드는 입법”이라며 반대했다.
의견이 팽팽히 맞서자 한정애 의원이 “법 적용 유예기간에는 통상임금 50%를, 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통상임금 100%를 주자”는 조정안을 냈다. 8시간 이내 휴일근로의 경우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18년 12월31일까지, 300인 미만 사업장은 2020년 12월31일까지 통상임금 50%만 할증하자는 것이다. 개정안이 시행돼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바뀌면, 그때부터 중복 할증해 통상임금 100%를 준다. 이번엔 정부가 휴일근로 할증률이 너무 높다며 반대했다. 정형우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근로기준법은 최저 기준법인데 너무 기준을 높게 해놓으면 문제”라며 “100만명 이상이 52시간 이내 주중 근로를 하면서 휴일근로를 하는데, (할증률이 높아지면 이들이 돈을 더 받기 위해) 근로시간을 더 늘리게 하는 효과가 없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쟁점마다 여야는 물론 고용부의 방침도 엇갈리면서 결국 지난 3월 국회에선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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