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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제일 먼저 아이들에게 ‘아빠도 정규직’이라 말하고 싶어요”

등록 2017-07-20 21:48수정 2017-07-21 00:43

정부,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공공부문 비정규직 소감 들어보니


“15년만에 휴가 가야죠”
“아플때 눈치 안보고 병가 쓰고 싶어”

전환대상 포함안된 학교 비정규직
“8~9년 일했는데 왜 상시·지속 아닌가”
“아이들과 여름 바캉스를 가고 싶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이 되고 나서 하고 싶은 일은 소박했다. 해고될까 봐 15년간 가지 못한 휴가를 떠나고, 아플 때 눈치 보지 않고 병가를 쓰고, 공공기관 재직증명서로 은행 대출을 더 받고 싶다고 했다. 정부는 20일 공공부문의 상시·지속 업무에 비정규직 채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상시·지속 업무의 판단 기준은 ‘연중 9개월 지속’되고 ‘향후 2년 이상 예상되는 업무’로 정했다. 현재 공공부문 비정규직(기간제, 파견·용역) 노동자 31만명 가운데 이 요건을 충족하는 이들을 심의 또는 노사협의를 거쳐 순차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하지만 법에서 기간을 달리 정하는 기간제교사(교육공무원임용령), 영어회화 전문강사(초·중등교육법) 등 일부 비정규직은 전환 대상에서 제외했다. 무기계약직은 ‘공무직’ 등으로 바꾸고 교통비·식대 등에서 정규직과의 차별을 없앤다.

5월12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 4층 CIP 라운지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5월12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 4층 CIP 라운지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찾아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한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들은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공항 순환버스를 15년간 운전해온 박동환(45)씨는 “아이들에게 제일 먼저 ‘아빠도 정규직’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연말이 되면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을지 걱정하며 집에서 짜증을 내니까, 어느 날 아이가 ‘아빠는 비정규직이라서 그런 거냐’고 묻더라.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엔 비정규직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수하물 전기팀에서 설비 유지 업무를 맡고 있는 고대호(34)씨는 “마음이 불안정하고 여유가 없으니까 취미생활조차 하지 못했다. 가정도 꾸리고 부모님에게 효도하는 등 삶의 계획을 세우고 싶다”고 소망했다. 첫 직장으로 인천공항을 선택해 15년4개월간 화재진압과 인명구조 업무를 해온 김주덕(37)씨는 “용역회사가 비용을 부담하지 못해 소홀했던 소화약제(분말) 훈련을 많이 하고 싶다”고 밝혔다.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커지자 비정규직으로 받아온 차별을 떠올린 이들도 있었다. 장기종(35)씨는 한국가스기술공사에서 10년 가까이 유지보수 업무를 맡으며 “매 순간 정규직이 부러웠다”고 말했다. “비정규직만 매일 업무일지를 쓰고 검사를 받게 한다. 사고만 생기면 비정규직이 책임감이 없어 발생한 것처럼 보고한다. 병가가 없어 아파도 개인 휴가를 사용하는데 너무 자주 쓰면 그만두라고 간접적으로 압박한다.”

반면 일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까 봐 마음을 졸였다. 정부가 ‘산업 수요, 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기능 조정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엔 공공부문이라도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대한석탄공사 소속으로 10년5개월간 석탄갱도 보수작업을 해온 원정호(54)씨는 “과거엔 ‘산업전사’라고 하더니 이제 막장에서 ‘고려장’을 당하는 신세가 됐다”고 한탄했다. 원씨는 “법원도 2010년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석탄공사 외주용역 직원을 정규직으로 인정했는데 이번에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정부가 불법을 허용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 소송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무기계약직으로 이미 전환된 노동자들도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정규직 전환’이 명시되지 않아 절망했다. 학교급식 조리실무사로 13년간 일한 이윤희(52)씨는 “(무기계약직으로 바뀌어도) 6년간 밥해 먹인 아이들이 졸업하는데 앨범에 우리 존재는 없다. 월급은 인건비인지 사업비인지 구분이 안 돼 학교 책상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스포츠강사인 박정숙(37)씨는 “학교가 11개월씩 쪼개기 계약을 하는 탓에 무기계약직으로도 전환이 안 됐는데, 이번에 정규직 전환 대상인지도 불분명하다”며 “8~9년간 학교에서 일한 강사군이 상시·지속적 업무가 아니라는 게 말이 되냐”고 반문했다. 서울 금천구 환경미화원인 백수현(54)씨도 “생활·음식쓰레기 수거는 시민의 생명과 위생, 환경에 직결되기에 최우선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은주 박태우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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