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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단독] 비용 465조 증가?…최저임금 공포 조장 ‘뻥튀기 통계’

등록 2018-01-25 04:59수정 2018-01-25 09:37

롤랜드버거 보고서 뜯어보니

‘그림의떡’ 성과급·상여금 과다계상
모든 업체가 토요일·휴일근무 가정
일용직까지 정규직화 대상 포함도

1만원이하 노동자 임금의 2%뿐인데
전체 노동자로 넓혀 15.3% 과다계산

노동시간 줄이면 매출 323조 감소?
생산성 향상 효과 등엔 눈감아

유럽 수준 정규직화땐 66조 부담?
정규직 평균임금을 단순 곱한 셈법

롤랜드버거 “언론이 잘못 보도”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의 노동정책으로 기업은 464조7천억원의 비용 증가에 직면할 것.”

최근 일부 언론이 주요하게 소개한 ‘롤랜드버거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등이 기업 경영을 크게 압박할 것이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한겨레>가 각 분야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이 보고서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니 특정 항목 비용을 8배 가까이 부풀리는 등 과장과 왜곡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오르면 상여금·학자금도 오르나? 독일 컨설팅업체 롤랜드버거는 지난 17일 중소기업중앙회의 의뢰를 받아 발표한 ‘노동시장 구조개혁 정책제언 보고서’에서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등 새 정부 노동정책이 기업의 생존력을 위협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롤랜드버거는 2016년 삼성전자가 미국의 전장전문기업 하만을 인수할 때 컨설팅을 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유럽 최대 규모의 업체다.

먼저 롤랜드버거 보고서는 최저임금 1만원 정책에 따른 기업의 비용 부담을 75조6천억원(2020년 기준)으로 추산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직간접적 노동비용 증가분을 최저임금 대상 노동자의 수만큼 곱해서 나온 금액이다. 이를 위해 보고서는 고용노동부의 2016년 사업체노동력조사 등을 토대로 임금총액의 15.3%를 성과급과 상여금 등 특별급여(직접노동비용)로, 임금총액의 26.3%를 간접노동비용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대다수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성과급·상여금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주로 대기업에 다니는 고임금 노동자한테나 적용할 수 있는 항목을 계산에 포함해 기업 부담을 지나치게 키운 것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시급 1만원 이하 노동자가 받는 특별급여는 임금총액의 2%가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도 안 되는 항목을 15.3%로 8배 가까이 ‘뻥튀기’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또 보고서는 간접노동비용이 임금총액의 26.3%라고 가정한 뒤, 최저임금이 오르는 만큼 이 비용도 커진다고 봤다. 이 간접노동비용은 자녀 학자금이나 주택구입 지원금도 포함하지만 실제 저임금 노동자한테 적용되는 항목은 퇴직급여와 4대 보험료 등에 그친다. 보고서가 인용한 2015년 고용부 기업체노동비용조사에서 최저임금 노동자한테 해당되는 항목만 따지면, 간접노동비용은 임금총액의 26.3%가 아니라 19.6% 수준까지 내려간다. 이에 대해 롤랜드버거 관계자는 “인력과 시간 제한 탓에 (간접노동비용 등을) 기업이 실제 어떻게 지급하고 있는지 따져볼 수 없었다. 일단 기업이 ‘맥시멈’(최대치)으로 부담한다고 가정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모든 노동자가 토요일·휴일에 일한다? 롤랜드버거는 주 최대 노동시간이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면, 기업은 323조원의 매출 감소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자 한명의 시간당 매출액을 기업 전체의 초과근로시간에 곱한 수치다. 롤랜드버거는 ‘모든 사업장이 토요일·휴일에 일한다’는 가정을 전제로 매출 감소 규모를 뽑아냈는데, 이것부터 심각한 오류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16년 12월에 낸 ‘근로시간 운용 실태조사’를 보면 토요일에 일하는 사업체는 46.9%, 휴일에 일하는 사업체는 20.7% 수준이다. 이에 대해서도 롤랜드버거 관계자는 “(실수로) 누락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매출 감소액을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의 ‘비용’으로 보는 관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시간이 단축될 때 따라오는 생산성 향상 효과나 고용창출에 따른 수요 증가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추정치”라고 짚었다. 실제로 2015년 처음 법정 최저임금을 도입한 독일은 이듬해인 2016년 국내총생산이 전년과 견줘 1.9% 증가했다. 과거 10년 평균치(1.4%)를 웃도는 높은 성장률이다. 최저임금 도입이 경제 성장에 기여했다는 것이 독일 언론의 분석이다.

■ 비현실적 가정으로 마구잡이 계산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한 기업 부담을 추정할 때도 롤랜드버거는 비현실적인 가정을 되풀이했다. 롤랜드버거는 전체 임금노동자 중 32%(2017년 8월 기준)인 한국 비정규직 비율을 유럽연합 임시직 비율인 14%까지 줄인다고 가정할 때 기업이 66조1천억원의 비용 부담을 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롤랜드버거는 정부의 정규직화 대상인 기간제·파견·용역 노동자는 물론 단시간·일일·가내 노동자 등 모든 형태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이 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또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예상되는 임금체계 개편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현재 정규직 평균 임금으로 단순 계산해버렸다.

롤랜드버거 쪽은 일부 언론에 ‘기업 부담 464조7천억원 증가’로 보고서의 총체적 결론이 소개된 것을 두고는, “우리가 직접 ‘464조7천억원 증가’라는 표현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롤랜드버거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과 정규직화에 따른 기업의 비용 부담과 노동시간 단축으로 빚어지게 될 기업의 매출액 감소 규모를 모두 뭉뚱그려 ‘464조7천억원’이라고 하는 건 잘못된 것으로, 일부 언론이 잘 안 보고 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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