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이 만연하고 성과평가제도가 있는 일터에서 직장 내 성희롱이 많이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동조합이 있고 상사가 부하들을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일터일수록 성희롱 발생 확률도 줄었다.
25일 송민수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연구원이 발간한 <월간 노동리뷰> 3월호에서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주관한 2014년도 근로환경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성희롱이 “미숙련, 성과평가, 작업속도, 저녁근무, 고용형태 차별 등과 유의한 정(+)의 관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송 위원은 △공식적인 성과평가가 존재하고 △매우 빠른 속도로 업무를 처리해야 하고 △저녁근무가 빈번하며 △고용형태 차별이 만연한 일터일수록 성희롱이 더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개인별로 성과를 평가해 관리자의 통제력이 강하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등 권위주의적 문화가 강한 일터일수록 성희롱 같은 폭력적 권력 남용이 일어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반면 노동조합이 있는 일터는 원치 않는 성적 관심과 성희롱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게 나타났다. 노동조합이 관리자의 권력 남용을 제어하는 효과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됐다. 상사가 부하직원을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갈등을 조정하는 일터도 성희롱 발생 확률이 낮았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근절 보완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와 함께 직장 내 성희롱은 피해자의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성희롱 피해자들이 전신 피로(37.9%), 두통(34.2%), 불면증(8.3%)을 겪는 비율은 성희롱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 견줘 1.6∼4.8배 높았다. 성희롱 피해자는 불쾌한 기분이 지속되고 일상생활에 대한 흥미도 떨어지는 등 각종 심리적 고통에 시달릴 확률도 높았다. 노동자 개인의 피해는 조직에 대한 동기부여 저하로도 이어졌다. 성희롱을 경험하지 않은 노동자가 연평균 0.49일 결근한 것에 견줘, 성희롱 피해자의 결근일수는 1.89일로 3배 이상 많았다. 아픈 채로 출근한 경험도 성희롱 피해자(42.1%)가 성희롱 미경험자(21.5%)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송 위원은 “상황적 요인이 효과적으로 제어된다면 성희롱은 감소할 수 있다. 경영자를 비롯한 조직 구성원 모두가 다양한 성희롱 발생 요인을 숙지하고 성희롱 방지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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