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검사 성폭력사건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 캠페인의 상징인 하얀 장미 한 송이를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 건물 관리사무소에서 경리로 일하는 ㄱ씨는 일을 시작한 지난 1월부터 관리소장으로부터 끊임없이 원치않는 데이트 요구를 받았다. 문제제기 이후 찾아올 불이익을 떠올리면, 성희롱이라는 말을 섣불리 꺼내기도 어려웠다. 고민끝에 ㄱ씨는 고용노동부 직장내 성희롱 익명신고창에 사무소장을 신고했다. 열흘 뒤 근로감독관이 찾아왔다. 감독관이 관리업체 대표 등을 상대로 성희롱 예방교육 실태를 확인한 뒤, 가해자를 징계하도록 행정지도했다. 관리소장은 권고사직을 받고 퇴사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8일 개설된 직장내 성희롱 익명신고창에 한달여동안 총 114건이 신고되는 등 매일 3∼4건의 익명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성희롱 익명신고창은 성희롱 피해자가 불이익을 우려해 신고를 망설이는 경우에 대비해 익명신고만으로도 사업장 실태조사를 포함한 개선지도 등을 실시할 수 있도록 기존 신고창을 보완하여 만들어졌다. 지난달 8일 정부가 발표한 직장내 성희롱 근절 보완대책 중 하나다. 직장내 성희롱 익명신고창은 고용부 누리집(www.moel.go.kr)에서 민원신청→신고센터→직장 내 성희롱 익명 신고창으로 들어가면 된다.
그동안 신고된 114건을 살펴보면 서비스업이 30건(26.3%)로 가장 많았고 제조업 25건(21.9%), 음식·숙박업 12건(10.5%)이 그 뒤를 이었다. 성희롱 가해자 유형은 상급자가 77건(65.8%), 개인사업주·법인대표가 34건(29.7%)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접수된 익명신고 중 21건에 대해서는 이미 성희롱 재발방지 교육·피해자 보호조치·가해자 징계 등의 행정지도가 완료됐다. 나머지는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임서정 고용부 고용정책실장은 “직장내 성희롱 근절을 위해서 성희롱이 범죄라는 인식과 가해자를 확실히 처벌하는 기업문화 정착이 중요하다. 익명신고된 사업장은 즉시 근로감독 등을 통해 직장 내 성희롱이 근절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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