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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굴뚝일기] 나는 ‘굴뚝집의 도시락’입니다

등록 2018-05-25 09:42수정 2018-05-31 11:46

스타케미칼 해고노동자 홍기탁, 박준호씨 고공농성 195일째
오늘 굴뚝집으로 오른 저녁 도시락은 박준호씨가 좋아하는 떡볶이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오늘 굴뚝집으로 오른 저녁 도시락은 박준호씨가 좋아하는 떡볶이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나는 ‘굴뚝집의 도시락’입니다. 나는 하루에 두번 오전 10시, 오후 5시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75m 굴뚝에 오릅니다. 밧줄에 매달려 하늘로 오르다 보면 세찬 바람에 반찬통, 물통이 까마득한 땅으로 떨어질 때도 있습니다.

나는 평소 비정규노동자쉼터 ‘꿀잠’에서 일하는 기륭전자 해고노동자 박행란(56)씨의 손끝에서 만들어집니다. ‘꿀잠’의 부엌에서 만들어진 나는 굴뚝 아래에서 굴뚝집을 지키고 있는 해고노동자 김옥배·조정기씨의 손에 건네져 하늘로 보내집니다.

밧줄에 매달린 도시락이 75m 고공농성장으로 향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밧줄에 매달린 도시락이 75m 고공농성장으로 향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오늘은 박행란씨가 도시락의 주인공들을 위한 오체투지에 나선 까닭에 유희(59)씨의 손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밥차를 운영하는 유희씨는 경북 성주 소성리와 구미 아사히글라스, 한국지엠 등 장기농성장에 식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저녁 메뉴는 박준호씨가 좋아하는 떡볶이입니다.

농성장 천막 속 간이주방에서 떡볶이를 만들던 유희씨는 도시락을 싸면서 중얼거립니다. “밥이 하늘이고 사랑인데, 언제쯤 뜨신 집밥을 먹을 수 있을까.” 찰밥, 어묵탕, 떡볶이, 나물이 굴뚝집으로 올라갑니다. 오랜만의 별미에 굴뚝집의 홍기탁·박준호씨는 도시락을 싹 비웠습니다. 나는 한해를 지나 겨울과 봄을 거치는 동안 390번 굴뚝집에 올랐습니다.

홍기탁, 박준호씨는 195일째 고공농성 중이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홍기탁, 박준호씨는 195일째 고공농성 중이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굴뚝집 도시락의 주인공 홍기탁·박준호씨는 ‘스타플렉스 김세권이 약속한 민주노조 사수와 3승계(노동조합·단체협약·고용) 이행, 노동악법 철폐, 독점재벌·국정원·자유한국당 해체’를 요구하며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75m 굴뚝에 195일째 올라 있습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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