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이 올려다 보이는 안양천변 그늘막 아래에서 한 학생이 더위를 피하고 있다.
“오늘도 펄펄 끓는 가마솥 더위가 이어집니다. 여전히 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서울은 사흘째, 대구와 광주 등 남부지방은 일주일째 폭염경보가 발효 중입니다. 초복인 어제도 푹푹 찌는 찜통더위가 기승이었는데요. 오늘도 어제 못지않게 많이 덥습니다.”
박준호씨가 얼린 페트병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75m, 하늘과 맞닿은 굴뚝집의 홍기탁·박준호씨의 핸드폰 스피커로 오늘의 날씨를 알리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두 사람의 이마 위로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굴뚝집 한켠에 걸어놓은 온도계의 수은주는 섭씨 37도를 가리키고 있다. 며칠 전 굴뚝 아래 동지들이 보내온 그늘막이 쏘아대는 햇빛을 아슬아슬하게 막아주고 있지만, 달아오른 열기까지는 어쩔 수 없다. 굴뚝집에서 더위를 피하는 방법이라고는 그늘막과 페트병의 얼음물이 전부이다. 아이스박스가 올라왔지만 찌는 듯한 더위에 소용이 없다.
초복을 앞두고 입맛이 없어진 이들을 위해 삼계탕, 콩국수, 물회 등이 올라오기도 했다. 폭염이 이어지며 하루 두 번 하던 굴뚝 위의 운동도 멈췄다. 울퉁불퉁한 굴뚝집의 바닥으로부터 허리를 보호하기 위해 올라온 매트리스는 열기를 그대로 간직해 속옷만 걸친 몸은 금세 땀으로 뒤덮인다. 열대야와 모기, 빨라진 일출 덕에 이들의 굴뚝 생활은 좀 더 어려워졌다.
홍기탁씨에게 폭염 속 굴뚝 생활을 물었다. 그는 “굴뚝 위 생활이 지옥같이 않냐고 묻는 분들이 있는데, 제가 보기에 지금 굴뚝 아래 있는 많은 이들이 지옥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답한다. 굴뚝 아래에선 위를, 굴뚝 위 사람들은 아래를 걱정하며 이 뜨거운 여름을 견디고 있다.
파인텍 해고노동자 홍기탁·박준호씨는 249일째 목동 열병합발전소 75m 굴뚝에 올라있다.
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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