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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건설노조 “휴식시간 준수 현장 8% 불과…폭염 대책 시급”

등록 2018-07-24 14:15수정 2018-07-24 22:14

‘폭염기 건설현장 권고사항’ 불구
“규칙적으로 쉰다” 답변 8.5%뿐
30%는 “시원한 물도 없어”
“폭염 때 작업 중단요구 거부” 19.3%
건설노조 “하도급 구조 뿌리 뽑아야”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건설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폭염을 대비한 건설현장의 안전규칙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건설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폭염을 대비한 건설현장의 안전규칙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17일 오후 2시께 전북 전주시 효천지구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건설노동자 박아무개(67)씨가 5m 높이에서 떨어져 숨졌다. 낮 최고기온이 폭염경보 기준인 35도(오후 3시 완산 측정소 기준)까지 치솟은 이날 박씨는 발판과 안전망이 없는 파이프 위에서 작업을 했다. 부검 결과 급성심근경색이었다. 여름철 심근경색은 체내 수분 부족으로 인한 동맥경화가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 전, 박씨가 일하던 공사장에서는 탈진 환자가 발생했다. 박씨의 팀장은 회사 쪽에 “무더위로 작업이 어려우니 오후에 한 타임만 쉬자”고 요청했지만, 회사는 “콘크리트를 치는 날짜가 맞춰져 있다. 작업이 늦어지면 안 된다”며 거부했다. 박씨가 일하던 곳엔 하루 300명이 사용하는 간이화장실 4칸뿐이었고, 그늘막은커녕 더위를 식힐 세면장도 없었다. 건설노조는 24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현장의 폭염 안전규칙 이행을 촉구했다.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로 온열환자가 급증하면서 사망자까지 발생하지만, 종일 야외에서 일 해야 하는 건설현장의 노동자들은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식수와 그늘진 휴식장소를 제공해야 한다는 ‘폭염기 건설현장 권고사항’이 올해부터 시행규칙 형태로 만들어졌지만, 현장에선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지난해 말 개정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보면, 노동자가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옥외 장소에서 작업하는 경우 사용주는 휴식시간에 이용할 그늘진 장소를 제공해야 하고(567조), 목욕시설과 세탁시설(570조), 소금과 깨끗한 음료수 등을 갖춰야 한다(571조).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을 받거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6월 각 현장에 배포한 ‘옥외작업자 건강보호 가이드’도 비슷한 내용이다. 기온 35도 이상 폭염 경보 단계에선 가장 더운 오후 2~5시엔 긴급작업을 제외하고 작업을 중단해야 하며, 1시간 일한 뒤 10~15분의 휴식시간을 둬야 한다. 기온이 38도 이상이면 모든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는다.

건설노조가 지난 20~22일 토목건축현장 노동자 23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폭염 특보 발령 때 규칙적으로 쉬고 있다고 답한 이는 8.5%에 불과했다. 쉴 때 그늘진 곳에서 쉰다는 이도 26.3%뿐이었고, 시원한 물을 제공받지 못한다고 답한 이도 29.6%나 됐다. 모든 사람들이 충분히 쉴 만한 공간이 마련돼 있는 경우는 9.7%였고, 휴식시간 보장 관련 법규를 공지받은 이는 24.1% 뿐이었다. 관련 교육도 25.6%만 받았을 뿐이다. 폭염 경보 때 오후 2~5시에 작업이 중단된 적이 있다고 답한 이는 14.5%였고, 오히려 작업 중단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답한 이가 19.3%였다. 거의 대부분(88.3%)이 세면장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이들은 폭염기에 필요한 대책으로 관련 법규 이행(42.7%),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42.7%)를 꼽았다.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건설현장 폭염 안전규칙 이행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건설노동자들이 기자회견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건설현장 폭염 안전규칙 이행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건설노동자들이 기자회견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건설노조는 이에 따라 건설노동자들이 쉬어야 할 때 제대로 쉴 수 있도록 정부의 실질적 관리감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건설현장은 어떤 산업보다 시간이 돈인 만큼, 폭염 등 악천후를 고려해 적정한 공사기간과 공사비 책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건설노동자들이 장마철이나 폭염기, 동절기마다 받을 수 있는 계절수당을 도입하는 것과 함께 노동자들을 휴식 없는 노동으로 내모는 하도급 구조를 하루빨리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철 건설노조 부위원장은 “해마다 온열질환으로 쓰러지는 이의 70%가 건설현장 노동자들이지만, 오히려 현장에 가면 현장 노동자들이 이를 지키지 않는다고 한다. 하도급 구조 탓에 매일 정해진 물량을 소화하지 않으면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구조 탓이다. 만악의 근원인 도급제도를 뿌리 뽑지 않으면 사회적 관심과 무관하게 건설노동자들은 계속 쓰러져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화보] 폭염, 전국이 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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