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건설현장 폭염 안전규칙 이행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건설노동자들이 기자회견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땀이 비 오듯 흘러도)콘크리트 작업 후 안전모에 물을 받아다가 얼굴에 튄 콘크리트 찌꺼기만 닦아냅니다. 삐죽삐죽 솟은 철근 사이에 들어가 쉬다가 합판이라도 깔면 꿀맛 같은 휴식이지만, 이런 걸 행복이라 여기는 게 무척 초라하다는 생각도 문득 듭니다.”
전국에 폭염이 이어진 24일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건설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휴게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산업안전보건법이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개선을 촉구했다.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건설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폭염을 대비한 건설현장의 안전규칙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적정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현장 근처에 그늘진 휴게 장소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옥외작업자 건강보호 가이드'는 1시간 단위로 10∼15분의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근처에 햇볕을 완전히 차단한 휴식공간을 마련하라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을 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은 목수·철근·해체·타설 등 토목건축 현장 노동자 23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해보니 ‘그늘이나 햇볕이 완전히 차단된 곳에서 쉰다’는 응답은 26%에 불과했다. 나머지 74%는 ‘아무 데서나 쉰다’고 답했다. 모든 노동자가 쉴만한 공간이 마련됐느냐는 질문에는 ‘있긴 한데 부족하다’는 답변이 56%로 과반을 차지했고, ‘아예 없다’는 답변도 33%나 있었다.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답변은 10%에 그쳤다. 전국에 폭염 경보가 며칠째 이어지고 있지만 건설현장에서 오후 2∼5시 사이 긴급한 작업을 제외하고 다른 작업은 중단하라는 지시를 받아본 적이 없다는 응답이 86%를 차지했다.
2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건설현장 폭염 안전규칙 이행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건설노동자들이 기자회견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백소아 기자
이들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처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고용노동부는 건설노동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실질적인 관리·감독을 하라”고 촉구하며 “노동자가 쉴 때 쉬고, 제대로 된 곳에서 쉴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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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폭염, 전국이 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