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TV> 세상의 한 조각 ‘원:피스’ 29회
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숨 끊은 유성기업지회 조합원 오아무개씨 동료들의 증언
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숨 끊은 유성기업지회 조합원 오아무개씨 동료들의 증언
“평소에 흥이 넘쳐서 풍물패 동아리 활동도 하고 일하면서도 흥얼거리고 그랬던 형님이에요. 노조파괴가 없었다면 그 형님은 죽지 않았을 겁니다.”
유성기업 노동자 엄병주씨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지난달 2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오아무개씨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엄씨와 오씨는 유성기업에서 30년 가까이 직장 동료로 지냈습니다.
동료 노동자들은 오씨의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게 2011년부터라고 말합니다. 엄씨의 증언입니다.
“2011년도 노조파괴 사태 이후에 망가졌다고 할까 아파한다고 할까, 힘들어했습니다. 회사 내에 제 2노조, 제 3노조가 생기면서 동료들이 한 순간에 갈라지게 되니까 많이 힘들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동료 노동자 조춘재씨도 “그 형님이 유성기업에서만 30년 가까이 일을 했는데 2011년 전까지는 전혀 우울증 같은 게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유성기업은 2011년 5월 노무법인인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아 노조파괴를 실행해 악명을 떨쳤습니다. 이 일로 사주인 유시영 회장이 2017년 2월 법정구속되기도 했습니다. 8년여의 세월이 흘렀지만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는 회사 쪽이 아직도 노조파괴 행태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지회 조합원에게만 잔업·특근을 배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임금차별을 하고 감시도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조합원들은 회사가 고소·고발과 징계를 남발했다고 주장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1일 유성기업의 임금차별과 관련해 노동부 등에 중재를 권고했습니다.
회사 쪽의 노조파괴 행위는 지회 조합원들의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노동인권단체 두리공감에 따르면 현재 조합원들 중 53.4%가 우울증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2016년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광호씨도 노조파괴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앓았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노조파괴 과정에서 생긴 우울증이 한씨의 자살로 이어졌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습니다.
오씨 역시 2012년과 2015년 두 차례 우울증 고위험군 판정을 받은 바 있습니다. 동료들의 말을 종합하면 오씨는 부서 배치에 대한 불만, 회사의 노조 파괴로 인한 정신적 고통, 경제적 어려움 등이 겹치며 정신 건강이 악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조씨는 오씨와 함께 2011년 파업 이후 원래 일하던 공정에서 쫓겨났다고 말했습니다. 조씨는 “그 형님이 0.5인분에 해당하는 잡일을 하게 되면서 고통스러우니까 자꾸만 더 회사를 빠지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조 씨는 “그 형님이 술을 먹으면 울면서 도와달라고 했다. 자신은 말을 잘 못해 싸우지 못하니까 네가 좀 대신 부당함에 대해 얘기해 주면 안 되냐고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오씨는 2018년 8월께부터 한 달 넘게 무단결근을 했습니다. 그리고 9월 30일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퇴사했습니다. 회사 쪽 관리자는 오씨가 그무렵 “지금 이렇게 (노조파괴 문제가) 정리가 안 된 상태인데, 무슨 희망이 있다고”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오 씨는 퇴사할 때까지 지회를 탈퇴하지 않았습니다. 회사 쪽에 우호적인 다른 사내 노조에 가입하면 경제적 어려움은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퇴사 후에도 지회 동료들과의 단체 카톡방에 꾸준히 글을 올렸습니다. 퇴사 두 달 후인 11월 22일에는 “다들 힘내세요”라며 당시 파업 중이던 동료들을 응원했습니다. 이 글이 동료들이 접한 오씨의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그로부터 한달 뒤 오씨는 경기도 평택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습니다.
회사 쪽은 오 씨의 죽음이 개인적인 사정 때문이라는 입장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그 분의 죽음은 노사 문제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금속노조가 고인의 죽음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회사 내에서는 그런 농담도 있다, 동네 개가 죽어도 노조파괴 때문이라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회사 쪽 다른 관계자는 “노사 문제가 퇴사하는 데에 영향을 준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그의 죽음은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노조파괴 사태 전부터 무단결근을 하는 등 근태가 안 좋았으며, 정신적으로 약한 사람이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 700만 원 정도 빚도 있었고 스스로 고립돼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오씨의 동료들은 “오 씨가 근태가 좋지 않았던 건 사실이지만 노조파괴 사태 이후 더욱 심해진 것이며, 우울증은 명백히 2011년 이후부터 생긴 것인데 개인적인 문제로 죽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반박했습니다.
‘노조파괴’의 대표 사례로 꼽혔던 유성기업에서 발생한 두 번째 죽음, 오아무개씨의 이야기를 <한겨레TV> 세상의 한 조각 ‘원:피스’팀이 취재했습니다.
기획·연출 김도성 피디 kdspd@hani.co.kr
오 씨의 동료들은 오 씨가 2011년 노조파괴 사태 후부터 우울증을 앓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김도성 피디
조 씨는 오 씨가 노조파괴 사태 이후 원래 일하던 공정에서 쫓겨났다고 말했다.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김도성 피디
오 씨는 지난 해 8월께부터 한 달 이상 출근하지 않다가 9월 30일 퇴사했다.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김도성 피디
오 씨는 사망 한 달 전인 11월 22일 당시 파업 중이던 동료들에게 응원의 문자를 보냈다.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김도성 피디
[반론보도] 유성기업의 노동자 죽음 관련
본 인터넷신문은 2019년 1월 23일 자 「‘흥부자’ 오씨의 죽음, “유성기업 노조파괴 없었더라면…”」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유성기업은 2012년 이후 부당노동행위 등을 이유로 유죄 판결이 선고되거나 확정된 바 없으며, 노조원 오 씨의 죽음이 노사분규와 관련된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또 최근 2년간 유성기업은 회사 차원에서 근로자를 고소·고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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