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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2.87% 인상’ 근거 못 대는 최임위…3% 저지가 유일한 이유?

등록 2019-07-14 19:53수정 2019-07-15 20:55

내년 최저임금 ‘깜깜이 결정’ 논란
노사 최종안 요구뒤 토론없이 표결
공익위원 간사 ‘3% 밑 커트라인’ 강조

“설명 필요하면 사쪽에 요청하라”
정부도 ‘15일까지 결정’ 요청했는데…
공익안 제시·추가논의 없이 서둘러

규정 없는 국내외 경제상황 등 고려
‘최저임금법 위반 소지’ 지적 일어
2020년 최저임금 시급이 8590원으로 결정된 12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실에서 회의를 마친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오른쪽부터),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앉은 이), 류기정 경총 전무 등 위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2020년 최저임금 시급이 8590원으로 결정된 12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실에서 회의를 마친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오른쪽부터),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앉은 이), 류기정 경총 전무 등 위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2020년 최저임금 시급액이 표결 끝에 올해보다 2.87% 오른 8590원으로 결정된 가운데, 최저임금위원회조차 해당 액수가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 제대로 토론조차 하지 않고 결정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400만명이 넘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명목임금이 어떻게 결정됐는지 알 도리가 없는 셈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2일 새벽 내년 최저임금으로 사용자 제시 240원(2.87%) 인상안과 노동계 제시 530원(6.3%) 인상안 가운데 사용자 쪽 제시안을 표결 끝에 결정한 뒤 14일 오후까지 해당 수치로 결정된 배경에 관해 설명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 7월 2019년 최저임금으로 10.9% 인상한 뒤 “임금 인상 전망치 3.8%, 소득분배 개선분 4.9%, 노사 양쪽 협상 배려분 1.2% 등에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보전분 1.0%를 고려해 10.9% 오르게 됐다”고 설명한 것과는 크게 다른 것이다.

지난 11일 시작한 최임위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들이 “표결 가능한 최종안을 각각 가져오라”고 노사 양쪽에 주문한 뒤 날을 넘겨 12일 새벽까지 이어져 끝내 표결에 들어가는 동안 양쪽 최종안에 대한 토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온다. 한 근로자 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공익위원들이 최종안을 받은 뒤 제안 이유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요구하거나 토론 절차 없이 표결 절차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2.87%가 어떻게 나왔는지 추론할 만한 대목은 있다.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12일 새벽 결정 뒤 브리핑에서 “사용자 쪽은 ‘3%는 도저히 넘기 어렵고 3% 바로 밑이 8590원이어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설명은 추가로 하지 않았다”며 “(설명이 더) 필요하면 사용자 쪽에 요청하라”고 말했다. 즉, 240원을 올리면 인상률이 2.87%에서 멈추지만, 250원을 올리면 인상률이 2.994%가 돼 이를 반올림하면 3%가 되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사용자 쪽이 제시한 인상률 2.87%가 됐다는 설명이다. 최임위는 2003년 8월까지 적용된 시급 2275원 이후로는 10원 단위 미만 수치로는 결정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최임위가 노사 양쪽 안을 바로 12일 표결에 부칠 게 아니라 하루 이틀 더 기간을 두고 설명 가능한 공익위원 안 혹은 논의 촉진 구간을 설정하는 등 노력을 더 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15일까지는 결정해서 알려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런 식의 논의는 최저임금법 위반 소지도 있다. 법은 최저임금액을 결정할 때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한다”고 규정한다. 강행규정이 아닌 예시규정이라고는 하나, 이 법에 따라 설립된 위원회가 마냥 무시할 대목은 아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공익위원은 “2017년에 노동계 쪽 제시안대로 16.4% 인상을 결정할 때도 왜 그 수치인가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며 “노사가 협상하는 구조로 액수를 결정하는 우리 현실에선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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