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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배달의민족 노조, “‘중국인 밀집지역’ 배달 금지해달라” 요구 논란

등록 2020-01-28 18:31수정 2020-01-28 22:33

건강권 보호 요구하며 ‘중국인 밀집지역’ 특정
전문가들 “감염 가능성과 무관한 비이성적 판단”
서비스연맹 “담당자 인권감수성 교육 진행” 사과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로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 앞에 배달용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로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 앞에 배달용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공포와 관련해 ‘중국인 혐오’ 정서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음식배달 플랫폼에서 일하는 배달서비스 노동자 노조가 ‘중국인 밀집지역 배달금지’를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회적 연대의 정신을 기반으로 하는 노조가 한국사회에서 차별받는 외국인 이주자를 포용하기보다 이들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를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관련 업계의 설명을 종합하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소속 배민라이더스지회(이하 노조)는 이날 음식배달 앱 배달의민족의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쪽에 ‘우한 폐렴 관련 협조의 건’ 이란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노조는 이 공문에서 “우한폐렴이 확산됨에 따라 많은 사람들을 접촉할 수밖에 없는 배달노동자의 특성에 따라 불안감과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배달 노동자들에게 안전 마스크를 지급하는 것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 및 중국인 밀집지역(유명관광지, 거주지역, 방문지역 등)에 배달(업무) 금지 또는 위험수당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같은 노조의 요청은 이들의 감염 가능성과 관련 없는 요구란 지적이 나온다. 감염병 역학전문가인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지금까지 지역사회 감염은 중국 이외 국가에선 일어난 적이 없다. 현재로선 (배달 노동자들이 중국인 밀집지역에 간다고 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은 없다”며 “우리나라에서 확인된 확진자 4명 가운데 3명도 한국인인데, 왜 애꿎은 중국인 밀집 지역을 탓하나. (중국인 밀집지역 배달금지 요구는)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욱이 전문가들은 특정 지역(‘중국인 밀집지역’이란 표현)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정당한 건강권 보호 요구라기 보단 ‘외국인 혐오’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는 “감염이 발생한 지역에서 온 사람들에 대한 추적 관리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중국인’이라는 모호한 집단을 특정해 혐오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중국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 온 중국인도 있고, (신종 코르나바이러스 발생 전부터) 국내에 계속 거주해온 중국인도 있는데 중국인을 혐오대상으로 삼는 것은 아무런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우아한형제들 쪽은 “현재 배달 노동자들의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일괄 지급하는 동시에 예방수칙을 공지하고 있으나 당장 배달금지 지역 설정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향후 정부가 배달금지 지역 설정 문제와 관련해 지침을 내놓는다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이날 저녁 입장문을 내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 성명에서 서비스연맹은 “가맹 조직의 소수자 혐오 표현에 대해 연맹은 중대한 책임감을 느끼며, 상처 입은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가맹조직 담당자에 대한 주의 조처와 함께 인권감수성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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