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지역 보건소 차량을 타고 온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지난달 28일 오후 분당서울대병원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에 의료진의 안내를 받으면서 들어가고 있다. 성남/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신명진 분당서울대병원 감염관리실 파트장은 감염관리 전문으로 17년간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에 이어 최근 코로나19까지 4차례 발생한 1급 감염병을 모두 겪은 베테랑 간호사다. 신 파트장은 지난 14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의료진 사이에선 ‘감염병 6년 주기설’이 이야기된다”며 “예상보다 일찍 닥친 신종 감염병(코로나19)에 모두들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운을 뗐다.
현재 이 병원에서 치료 중인 확진환자는 지난 9일 퇴원한 4번째 환자 외에, 일본에서 입국한 중국 국적의 12번째 환자와 그의 아내(14번째 환자), 광둥성에 다녀온 가족에게 감염된 25번째 환자 등 3명이다. 격리병상에 입원했던 의심환자도 56명에 이른다.
신명진 분당서울대병원 감염관리실 파트장. 박종식 기자
그가 일하는 감염관리실은 병원 내 감염을 막기 위한 ‘컨트롤타워’ 구실을 한다. 일차적인 과제는 의료진 감염을 차단하는 일이다. 메르스 때만 해도 국가지정 격리병상이 없던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에게 ‘레벨 D등급 보호구’(바이러스 접촉을 막는 보호복·마스크·덧신 등의 보호장비)는 생소했다. 하지만 메르스의 확산으로 갑작스레 환자를 받게 되면서, 신 파트장은 “말 그대로 설명서만 보고 급하게 (보호구 세트를) 만들어 의료진에게 입혀야 하는” 상황에 놓였었다. 당시 질병관리본부가 지급하던 세트는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머리싸개 등 일부 내용물이 빠져 있었다. 이를 개선한 분당서울대병원의 보호구 세트는 현재 보건당국에서도 참고할 수준의 완성도를 갖추게 됐다.
신 파트장은 “메르스 이전 훈련이 ‘의심환자를 어떻게 격리할 것인가’ 수준에 그쳤다면, 그 이후에는 병원 내 다인실 감염 발생이나 화재 시 대응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그에 맞는 훈련을 해왔다”며 “그 덕에 코로나19 첫 의심환자가 왔을 때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새로운 감염병 환자를 대하는 일은 긴장의 연속이다. 보호구를 잘못 입거나 벗으면 피부나 점막이 감염원에 노출된다. 최근에는 확진환자뿐만 아니라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의심환자까지 음압격리병상에서 돌봐야 해 의료진의 피로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그는 “현재 음압병상 9개 중 7개를 가동하고 있는데, 병상도 부족하고 직원들까지 번아웃되는 상황에 중증 폐렴 환자가 많아지면 어떻게 대처할지 걱정”이라며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위해 국가지정 입원치료 병상에선 중증 환자 치료를 맡고 경증환자나 의심환자를 관리할 별도의 체계를 지자체와 공공의료원이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파트장은 “코로나19는 메르스보다 신종플루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신종플루 때보다 확산세가 가파르지 않은 이유로, 그는 감염관리 전문인력의 확충과 시민의식 개선을 꼽았다. 2016년 정부는 의료기관의 효과적인 감염관리를 위해 감염관리 수가를 신설하고, 150병상당 1명 이상의 감염관리 전담간호사를 배치하도록 했다. 그 결과 병원 간 감염관리 인력 격차가 최근 5년 사이 완화됐다는 것이다. 2015년 메르스 때 200여명에 그쳤던 감염관리 전문간호사도 지난해엔 400여명으로 늘었다.
그는 “신종플루 때만 해도 마스크 착용이나 손씻기, 다중이용시설 피하기 등 시민 스스로의 예방 움직임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하지만 메르스의 경험 덕분에 최근엔 위험 국가를 다녀온 보호자들의 병원 출입 제한이나 간병인 이용 권고 등 병원 내에서도 환자들이 협조적이다”라고 전했다.
글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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