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대구 서구 중리동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이들이 늦은 시간까지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하면서, 환자 격리와 치료를 감당해야 할 지역 내 의료기관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의료기관들은 ‘당장은 감당할 수 있지만, 추가 확진자가 늘면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반응이다. 음압병상과 의료진, 역학조사관 등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탓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확진자와 의심환자를 격리할 음압병상 확보다.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밝힌 대구·경북지역의 음압시설 병상은 대구와 경북 각각 54개(33개 병실), 34개(32개 병실)다. 하지만 이날 10개의 음압격리병상이 모두 만석이 된 대구의료원(확진자 7명·의심환자 3명)처럼 확진환자는 물론,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격리조처 되는 의심환자가 늘어나는 추세가 계속된다면 병상 부족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 대구시 쪽은 “음압병실은 코로나19 환자 외에도 중환자나 호흡기 환자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다. 우선 코로나19 환자들에게 음압병실을 배정하고 다른 환자들은 급히 병실을 옮기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빠른 확진자 증가로 병상이 부족할 경우 음압병상이 남는 다른 지역의 의료기관으로 환자를 보내는 계획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유완식 대구의료원장은 “이날 오전 대구시장 주재로 열린 대책회의에서 지역 내 확진자가 더 발생할 경우 (음압병상이 있는) 타 지역 (병원)으로 보내는 대안도 언급됐다”고 말했다.
확진자를 진료할 의료진도 부족하다. 대구의료원의 경우 음압병실에 입원한 환자들을 돌볼 감염내과 의사가 단 한명뿐이다. 지역 확진환자가 계속 늘어나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의료진의 피로도가 극에 달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더욱이 확진자와 접촉한 의료진들이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상황이 잇따라, 인력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지역 내 확진자가 다녀간 경북대병원, 계명대 동산의료원, 영남대병원 등의 응급실은 이날 현재 폐쇄된 상태다. 시설 소독 등의 방역 조처는 끝났지만, 환자가 접촉한 의료진은 14일간 자가격리가 필요한 만큼 당장 진료 재개는 어려워 보인다. 감신 경북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확진자와 접촉한 의료진이) 감염내과나 응급실 등 특정 부서에 한해 발생했지만, 자가격리되는 의료진이 늘어난 만큼 진료 인력 역시 줄어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구시의 역학조사관이 2명에 불과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보건당국은 31번째 환자와 함께 예배를 본 교회 신도 1천여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검토하고 있지만, 조사를 수행할 사람이 없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방자치단체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대처하는 데 한계를 느낀다. 중앙정부가 특별대책반을 세워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확진자가 대폭 늘어나자 대구교육청은 3월2일 예정된 초·중·고교 456곳의 개학 연기를 검토 중이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강은희 대구교육감이 20일 교육부와 협의를 거쳐 개학 연기 여부를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구교육청은 현재 문을 연 유치원 192곳은 즉시 휴업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대구지방경찰청도 “코로나19 관련 인터넷 및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전파되는 스미싱 문자가 가짜로 확인됐다.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선담은 구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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