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서울 은평구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밖에서 바라본 원내 외래진료과 앞이 텅 비어 있다. 은평성모병원은 환자이송요원 중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환자, 내원객의 안전을 위해 23일까지 외래 진료를 중단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신천지 대구교회와 청도대남병원에 이어, 서울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이 또다른 집단감염이 발생한 장소로 추정되고 있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 4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고 추가로 확진자가 더 나올 여지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21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9번째 환자(82·한국인 남성)가 83번째 환자(76·한국인 남성)에게서 감염됐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조사 결과를 보면, 중국 우한에서 온 3번째 환자(54·한국인 남성)는 지난달 22일 6번째 환자(55·한국인 남성)와 서울 한일관 압구정점에서 식사를 했다. 이후 6번째 환자는 지난달 26일 83번째 환자와 같은 시간대에 서울 종로구 명륜교회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감염된 83번째 환자는 지난달 28일부터 31일 사이, 29번째 환자와 56번째(75·한국인 남성), 136번째(84·한국인 남성) 환자와 같은 시간대에 종로노인종합복지관 내 식당을 이용했다. 이후 29번째 환자와 136번째 환자는 집으로 돌아가 각각의 배우자(30번째·112번째 환자)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4~5차 감염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애초 감염경로 추정이 어려워 첫 지역사회 감염 환자라는 의심을 받아온 29번째 환자의 감염 고리가 풀렸을 뿐 아니라, 83번째 환자가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집단감염을 초래했다는 얘기다. 정은경 중대본부장은 “잠복기를 고려했을 때 지난달 28일 이후 (감염원에) 노출됐을 것으로 추정해 일단 집단발병(집단감염)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전문가들과 검토를 좀더 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중대본은 6번째 환자의 역학조사 당시에는 같은 교회에 다닌 83번째 환자를 접촉자로 분류하지 않으면서, 감염경로를 곧바로 밝혀내지 못했었다.
중대본은 확진자들이 이용한 기간에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을 방문해 식사한 사람들을 위주로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이 즐겨 찾는 장소인 만큼 확진자가 더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한편 40번째 환자(77·한국인 남성)의 배우자(121번째 환자)가 추가로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서울의료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라고 중대본은 이날 밝혔다. 40번째 환자도 외국 여행을 하거나 기존 확진자와 접촉한 이력이 없는 ‘깜깜이’ 환자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