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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원청 협조 없이 시설개선 어려운데...콜센터 2천만원 지원 ‘탁상행정’

등록 2020-03-16 20:48수정 2020-03-17 02:41

근무환경 개선 책임 명시 안하고
현장 상황과 안 맞아 실효성 의문
민주노총 “출근 인원 나누거나
건강 이상 때 휴가 보장이 현실적”
가림막이 설치된 경기 수원시 휴먼콜센터. 연합뉴스
가림막이 설치된 경기 수원시 휴먼콜센터. 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 집단감염 가능성에 대응해 콜센터 업무를 재택근무로 전환하거나 시설을 개선하는 중소기업에 최대 2천만원을 지원하겠다는 등의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콜센터 업계의 고질적인 원·하청 구조는 간과한 대책이어서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16일, 상시노동자 50명 미만 중·소규모 콜센터의 시설 개선에 최대 2천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원 대상은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간이 칸막이 설치 △공기청정기 및 비접촉식 체온계 구입 △손세정제 및 마스크 구입 비용 등이다. 정부는 사업주가 시설 개선 등에 지출한 경비의 70% 안에서 최대 2천만원까지 보전해줄 계획이다. 콜센터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대부분 환기가 잘 안되고 책상 간격도 좁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자 이를 고려한 조처로 보인다.

하지만 이 기준대로라면 이번 대책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콜센터 노동자는 전체의 7.1%(7870명)에 불과하다. 근로복지공단 산재보험 가입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국내 콜센터 종사자 수는 11만490명이다. 이 가운데 50명 미만 업체에서 일하는 이는 7870명이다. 1천명 이상 업체에서 일하는 이가 43.8%(4만8360명)에 이르는 등 대다수는 규모가 큰 업체에서 일한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콜센터 재택근무 지원대책도 현장 상황과 온도 차가 크다. 고용노동부는 상담원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가상사설망(VPN) 구입·대여 등 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소·중견기업에 투자 비용의 50% 범위 안에서 최대 2천만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감염 예방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급한 상황에서 시스템 구축까지 걸리는 2~3주의 기간 등을 고려할 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정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정책국장은 “차라리 한시적으로 출근 인원을 나눠 (비말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근무 거리를 넓히고, 의료용 마스크를 지급하거나 건강 이상이 있는 경우 유급휴가 등 충분한 자가격리 여건을 보장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감염병 예방에 드는 비용의 50~70%를 정부가 지원한다고 해도 중·소규모 콜센터 사업주가 나머지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선뜻 투자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콜센터 자체가 원청의 비용을 덜기 위한 ‘구조화된 하청’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원청이 비용을 절감하려고 콜센터를 외주화하기 때문에 하청업체가 이 사업을 따내려면 인건비 최소화 등을 통해 낮은 가격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이윤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콜센터지부장은 “효성아이티엑스(ITX), 유베이스(UBASE) 등 콜센터 하청업체 중에서도 대형으로 꼽히는 회사들도 대기업인 원청에 최저가 입찰을 해 돈을 적게 받기 때문에 (규모에 관계없이) 여력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원청이 콜센터 노동자들의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투자하지 않는 이상 하청업체가 ‘추가 비용’을 지출할 이유가 없고 여건도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도 원청의 협조 없이는 감염병 예방을 위한 콜센터의 노동환경 개선이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전국 1358개 콜센터의 긴급 점검에 나선 고용노동부는 이날 “근무환경 개선에 원청이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서 하청업체 소속 콜센터 노동자들의 건강권 보호와 관련해 원청의 책임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콜센터의 노동권은 감정노동 문제를 중심으로 논의됐는데, 이른바 ‘닭장’이라고 불리는 열악한 사무공간과 그로 인한 (집단감염) 사고 발생으로도 관심이 확대돼야 한다”며 “최소한 1인당 면적을 얼마로 한다든지, 1일 최대 콜수의 상한선을 정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기준을 세우고 제도적 정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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