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노동

노동계 일부 “대기업 정규직 임금동결, 비정규직 기금 마련하자”

등록 2020-06-15 05:00수정 2020-06-15 06:57

경영계 고용유지 이끌 전략 제안
교착상태 사회적 대화 돌파구 될까
코로나 피해 큰 취약 노동자에 초점
“양대노총 밖에서 제안·압박 필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민주노총 등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우선 입법 촉구 결의대회를 마친 뒤 행진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민주노총 등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우선 입법 촉구 결의대회를 마친 뒤 행진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지난달 20일 시작된 원포인트 노사정 대화가 조금씩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노동계 일부에서 대기업 정규직을 중심으로 임금 상승분을 비축한 기금을 마련해 코로나19 피해가 큰 비정규직 등을 지원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조직 노동자가 임금동결을 선제적으로 제안하면서 경영계와 정부가 취약 노동자에 대한 전폭적 지원에 나서도록 이끌 필요가 있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 의장은 최근 언론 기고를 통해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상생을 위해 노동운동이 앞장서는 담대한 임금동결 결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민주노총까지 어렵게 참여한 사회적 교섭 테이블인 만큼 노동계가 대화를 성사시키고 주도할 수 있는 특단의 전략이 요청된다”며 “노동자연대 정신을 바탕으로 정규직 조직 노동자가 향후 2년간 임금동결을 선언하면 49조원가량의 임금이 비축된다. (이 돈을 활용해) 초유의 노동 주도 사회연대기금 조성으로 (비정규직 및 영세 자영업자 지원) 활로를 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석호 전태일재단 기획실장도 기고를 통해 “코로나19 위기에 가장 큰 고통을 당하는 계층은 비정규직·하청 노동·특수고용직 등 밑바닥 주변부 노동”이라며 ‘정규직 임금동결’을 제안했다. 이번 사회적 대화처럼 ‘고용 유지’(노동계)와 ‘고통 분담’(경영계)이란 노사의 이해관계가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에선 정당성을 담보한 선제적 대안을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다.

이들은 향후 2년간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동결할 경우 ‘노동 취약층’을 지원할 수 있는 기금의 규모가 약 49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본다. 최근 5년간(2015~2019년) 상용직의 연평균 임금인상률 3.5%를 2년 치 평균 급여에 적용할 때 이 같은 액수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렇게 기금이 마련될 경우 전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하거나 대기업 하청업체의 납품단가를 올려 중소기업의 고용 유지 등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제안이 나온다. 상용직의 노동시간을 10% 단축해 그에 따라 임금 10%를 줄이는 조건으로 신규채용을 10% 늘리면, 157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란 ‘일자리 나누기’ 제안도 뒤따랐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왼쪽 세 번째)이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에게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노동계의 요구 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왼쪽 세 번째)이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에게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노동계의 요구 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남신 의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임금동결’ 수준의 요구는 단위 기업 노조들도 기존에 해온 것”이라며 “벼랑 끝에 몰린 노동조합 밖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유지를 경영계에 요구, 압박하려면 당장은 ‘재벌 사내유보금 활용’을 주장하기보단 임금동결을 제시하는 게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한석호 실장도 “규모가 큰 몇몇 대기업 사업장 정규직부터 임금을 동결해 그 돈을 하청 노동자들의 고용 유지에 쓴다면 사회 전반의 흐름이 만들어지는 선순환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양대 노총이 실제 코로나19 노사정 대화에서 이런 제안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섣불리 ‘임금동결’이란 카드를 먼저 꺼내들었다가 이를 정부와 경영계가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데다, 조직 내 정규직 노조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평상시 정책 결정 과정에선 노동계를 배제하는 정부와 경영계가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에서만 노동계의 선제적 양보를 바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면서도 “양대 노총 내 일부 노조의 경우 ‘정규직 양보’에 동의하지만, 산업별 조건·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총연맹이 획일적으로 요구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다만, 양대 노총이 이번 사회적 대화에서 비정규직·특수형태 근로종사자 등에 대한 대책을 요구한 만큼 나름의 역할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금동결’ 논쟁과 관련해,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열린 사회적 대화가 사실상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코로나19 위기에서 고용·임금을 안정적으로 보장받는 정규직이 취약계층을 위해 임금 인상을 자제하자며 노동계의 선도적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온 건 의미가 크다고 본다”며 “‘노동정치’에서 자유롭지 못한 총연맹 지도부는 이 같은 주장을 하기 어려운 만큼 이를 양대 노총 밖에서 제안하고 압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전국민 고용보험제를 도입함에 있어 가장 큰 부담을 져야 하는 정부와 경영계는 비용 부담 탓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노동계가 먼저 ‘통 큰 제안’에 나선다면 특수고용직·자영업자의 고용보험료 부담을 정부와 경영계에 요구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담은 김양진 기자 s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