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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양극화 노동시장 여전한데…마중물이 되지 못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등록 2020-06-28 21:45수정 2020-06-29 11:06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갈등 배경]
정부,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했지만
민간기업은 변화 더뎌 한계
정규–비정규직 양극화 여전하고
공공 일자리 개선, 특권 논란으로

전문가 “민간기업 채용 좁은 문이 문제,
괜찮은 정규직 일자리 늘려야”
공공·민간 아우르는 정책 고민 필요
‘비정규직 사용제한’ 법 개정 목소리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노조원들이 2017년 5월18일 오후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제대로 된 인천공항 정규직화 대책회의 발족 및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 조건 후퇴 없는 정규직화 등 6800명 노동자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를 촉구하고 있다. 이 모습을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직원들이 지켜보고 있다. 인천공항/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노조원들이 2017년 5월18일 오후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제대로 된 인천공항 정규직화 대책회의 발족 및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 조건 후퇴 없는 정규직화 등 6800명 노동자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를 촉구하고 있다. 이 모습을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직원들이 지켜보고 있다. 인천공항/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원 직접고용 발표를 놓고 ‘공정성’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 배경에는 정규직-비정규직 양극화로 상징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민간부문에서 별다른 개선이 없는 동안, 정부가 정규직 전환 정책을 펴온 공공부문 일자리로 쏠린 관심만 과도하게 커졌다는 해석이 덧붙여진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차별 없는 좋은 일터 만들기’에 해당한다. 정부는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해소를 위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한 ‘임금격차 완화’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해왔다. 전자는 정부가 ‘사용자’인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을 줄여 민간기업의 ‘일자리 질’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취지였고, 후자는 저임금 노동자 비중 축소와 정규직-비정규직 임금격차 완화가 목적이었다. 최저임금은 2018~2019년 10%대 인상을 한 결과 정규직(종업원 수 300명 이상 사업장)에 견준 비정규직(300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총액 수준은 2017년 40.3%에서 지난해 42.7%까지 개선되는 등의 효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정책은 공기업 바깥의 ‘질 좋은 일자리’ 확산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정권 초기에 삼성전자서비스 가전제품 설치·수리기사 등 8천여명과 에스케이(SK)브로드밴드 인터넷 설치·수리기사 5천여명이 각각 직접고용과 자회사 채용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됐지만, 이후 민간기업들에서 이런 시도는 활발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런 맥락에서 공공부문이 아니면 ‘괜찮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의 애로가 이번에 크게 불거져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서울 소재 한 대학 교수는 “(민간기업이) 경력직만 조금 뽑고, 신규 채용의 문은 좁으니 취준생 상당수가 공기업 입사를 목표로 매달리게 된다”며 “노동시장 전체를 봤을 때 이들이 갈 수 있는 ‘괜찮은 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사회학)는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 정책은 정부 입장에서 가장 용이하게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진보·보수 정부를 막론하고 추진돼왔다”며 “하지만 민간의 변화가 워낙 없다 보니, 기존에도 상대적으로 조건이 나은 편인 공공부문 일자리가 더 개선되고 자칫 특권화되어 보인다는 점에서 정책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근본적으로 정부가 공공·민간을 아우를 수 있는, 노동시장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을 전방위로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는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면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크다 보니, 같은 업무를 하더라도 어떤 직장에 다니느냐에 따라 임금이 결정돼 사업장별 임금격차가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부문의 ‘모범’으로 개선되지 않는 민간기업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거나, 최소한 기간제 노동자 사용기간 제한에 예외(기간 제한 없이 사용 가능한 18개 사유) 범위를 축소하는 내용의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지난해 8월 당시 이정미 정의당 의원 등이 ‘비정규직 사용제한 4법’(근로기준법·기간제법·직업안정법·파견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에서 논의되지 못 한 채 폐기됐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지난 10여년간 민간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은 10명 가운데 2명이 채 안 되는데, 경영계 등의 반발이 커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제한하는 법 개정이 지난 국회에서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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