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관계자들이 지난 2월19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특별연장근로 인가 확대 시행규칙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정부가 업무량 급증 등을 이유로 ‘주 52시간 초과 근무’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특별연장근로제 활용 기간 가운데 올해 상반기 사용 일수를 ‘무효 처리’ 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특단의 조처라는 게 정부 쪽 설명이지만, 기업의 편의를 위해 노동시간 단축 정책 기조를 허물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14일 코로나19 사태의 신속한 대응을 위해 올해 상반기(1월31일~6월30일)에 특별연장근로를 사용한 일수에 상관없이 하반기에 다시 90일까지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특별연장근로제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사용자가 노동자의 동의하에 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주 52시간을 초과한 추가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지난해까진 ‘재해·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 수습을 위한 경우’에만 허가를 내줬지만, 올해 1월31일부터는 기업의 ‘돌발상황’과 ‘업무량 폭증’ 등의 경영상 사유까지 범위를 확대해 1년에 최대 90일까지 주 52시간을 초과한 근무를 허용하기로 했다. 특별연장근로제 적용으로 상반기 동안 90일을 꽉 채워 주 52시간 이상 근무했던 노동자들은 올 한해 최대 180일간 주 64시간의 초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고용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특별연장근로를 인가받은 기업은 전체 1665건으로, ‘경영상 사유’까지 허용 범위가 확대되기 이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181건)과 비교해 9배나 폭증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인가 건수 1274건을 살펴보면 △기타 551건(43.2%) △방역 547건(42.9%) △마스크 및 진단키트 생산 122건(9.6%) △국내 대체 생산 54건(4.3%) 등의 차례였다. 올해 1월부터 허용된 ‘경영상 사유’로 인가를 얻은 기업(666건)을 별도로 분석하면, 코로나19 관련성이 인정된 498건은 △생산량 증가 230건(34.4%) △리콜 등 기타 135건(20.3%) △입국제한 129건(19.4%) △방역 114건(17.3%) △정부지원금 58건(8.6%) 등의 사업장이었다.
노동계는 정부가 주 52시간제 도입 취지를 훼손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조처에 대해 “코로나19 상황을 빌미로 장시간 노동을 허용해 노동자의 건강권과 생명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 것”이라며 “노동부가 노동시간 확대하는 인가 기간을 임의적으로 확대할 것이 아니라 인력을 확충하는 대책과 지원을 오히려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유성규 노동건강연대 노무사도 “국회가 정한 근로기준법의 기본 원칙은 (주 40시간 근무에) 12시간 한도의 연장근로가 가능하다는 것인데, 노동부가 경영상 사유까지 특별연장근로 인가에 포함시킨 것 자체가 행정재량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며 “기존의 잘못된 결정에 더해 활용 가능 기간을 연장한 이번 조처로 문제가 더 심각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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