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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제도 시행 1년 지났지만…전체의 72% “변화 없다”

등록 2020-07-15 13:59수정 2020-07-15 16:06

직장인 1천명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폭언, 따돌림, 강요, 부당인사 등 여전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안착 안 돼”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 1년(16일)을 맞아, 15일 오후 서울 중국 한국언론회관에서 고용노동부와 한국노동법학회 주최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1주년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 1년(16일)을 맞아, 15일 오후 서울 중국 한국언론회관에서 고용노동부와 한국노동법학회 주최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1주년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일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16일로 시행 1년을 맞지만,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에 변화가 없었다”고 답한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15일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교수(지식융합학)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고용노동부·한국노동법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1주년 토론회’에서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발생 현황 및 대응 방법 등을 확인·점검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8일 온라인 방식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 행위의 변화 정도에 대해 ’변화 없음’(718명, 71.8%)이 가장 많았고, 다소 감소(130명), 다소 증가(68명), 매우 감소(68명), 매우 증가(16명) 등의 차례로 응답했다. ’괴롭힘 행위가 증가했다면 그 이유’를 묻는 말(2개 선택)에는 상대를 배려하지 않은 문화(45명), 신고 체계나 징계 규정 미비(43명), 괴롭힘 근절 필요성에 대한 인식 저조(37명), 체계적인 인사관리 미흡(21명) 등의 차례로 답했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의 유형’(복수응답)은 폭언(133명), 따돌림·험담(109명), 강요(69명), 부당인사(67명), 차별(67명), 사적용무지시(43명) 등이 많았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당했을 때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405명이 ’분노·좌절 등 정신적 어려움’이라고 가장 많이 답했다. 이어 근로의욕 감소(205명), 신고에 따른 불이익 우려(159명), 사회적인 고립감(97명) 순으로 답했다. 이 교수는 “직장 내 괴롭힘이 피해자의 정신건강 악화는 물론 업무 효율성·생산성도 저해하고 있음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첫날인 지난해 7월17일 낮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직장갑질 119' 주최로 열린 `슬기로운 직장생활 캠페인'에서 직장 내 괴롭힘 예시가 적힌 전시물들이 세워져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첫날인 지난해 7월17일 낮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직장갑질 119' 주최로 열린 `슬기로운 직장생활 캠페인'에서 직장 내 괴롭힘 예시가 적힌 전시물들이 세워져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때의 대처법으로는 ’동료(가해자 외 직원)와 상담’이 235명으로 가장 많았다. 또 ’고용노동부 등 외부기관에 신고’가 210명으로, 사내 고충제기 또는 신고(207명) 보다 약간 더 많았다. 또 사직(132명), 무대응(84명)이라는 답도 많았다. 법 시행에도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쉽지 않은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또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고, 직장 내 괴롭힘의 발생 시 신고를 통해 조사하거나 피해 근로자를 보호하는 등의 절차를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그렇다’ 대답이 535명으로 많았지만, ’그렇지 않다’는 답도 465명으로 여전히 많았다. 1년 전 법 개정으로 상시 노동자 10인 이상 사업장은 취업규칙에 괴롭힘 예방과 사건처리 절차, 피해자 보호, 가해자 징계 등을 기재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상희 교수는 “피해를 호소한 자에 대한 불이익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괴롭힘 피해 신고에 대한 불이익을 우려하는 응답자가 많았다”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가 산업현장에 완전히 안착했다고는 보기 어려우며, 아직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규율체계에 관한 노동법적 재검토’ 발표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은 사전 예방이 중요한 만큼 법정 의무교육을 도입하고, 발생 시에는 제재 부과, 노동위원회를 통한 구제 도입 등 다양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제76조의 2)로 규정하고 이를 명시적으로 금지했다. 다만, 처벌 규정을 두지는 않아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회사가 취해야 할 조치’는 아래와 같다.(제76조의3)

①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

② 사용자는 신고를 접수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③ 사용자는 조사 기간 동안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 피해를 본 근로자(또는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피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

④사용자는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피해 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⑤사용자는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해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하여 피해 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⑥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 근로자에게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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