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생존을 위한 비정규직 농성촌’ 선포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 참석자들이 페이스실드를 착용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 15일 450여명의 상담원이 근무하는 서울 서대문구 소재 엔에이치(NH)농협카드 콜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이 직원은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로 알려졌는데, 같은 날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만 모두 245명(16일 0시 기준)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엔에이치농협카드 쪽은 “콜센터 내 가림막 설치와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조처를 다 했다”고 밝혔지만, 지난 18일 오전까지 6명에 그쳤던 사업장 내 추가 확진자는 이틀 새 12명(20일 오후 기준)으로 늘어나며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 콜센터를 관할하는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은 사업장 집단감염과 관련한 조사에 나서지 않았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일명 ‘김용균법’)은 병원체 등을 다루는 의료기관 종사자 등에 한해서만 사업주의 감염병 예방 조처 의무를 규정하고 있어 그 밖의 업종은 계도활동 이외에 방역수칙 위반을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노동부 서울서부지청 산재예방지도과 관계자는 “관할 내 콜센터 지도는 (구로구 콜센터 집단감염 발생 직후인) 지난 3~4월 방문·우편물·전화로 실시했고, 그 이후 관련 활동은 없었다”고 20일 밝혔다.
최근 수도권의 코로나19 2차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정부가 ‘일터 방역’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질적으로 사업장 내 감염병 예방 조처를 하지 않은 사업주를 제재할 근거 규정이 없어 대책의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노동부는 최근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수도권 소재 콜센터·물류센터 등 취약사업장 2천여곳의 방역 자율점검을 실시하고, 이달 28일까지 방역수칙 준수가 미흡한 고위험사업장 150여곳을 불시에 점검하는 등 사업장 내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집합금지 명령 등을 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달리 노동부는 방역지침을 어긴 사업주를 제재할 권한이 없다. 지방고용노동관서 근로감독관의 업무가 지침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데 그치는 이유다. 이에 대해 김동욱 고용노동부 산업보건과장은 “(의료기관 등을 제외한) 일반 사업장의 경우 산안법에 감염병 예방과 관련한 내용이 없다 보니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도 제도적 개선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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