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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코로나 위기에도…대규모 집회 고집하는 민주노총

등록 2020-08-23 22:23수정 2020-08-24 02:44

광복절 종로 보신각 앞에서
2천여명 사실상 집회 열어
내부서도 “조합원 괴로움 큰데
무리한 결정 밀어붙여“ 비판

당국 “확진 없어 위험도 낮다”지만
“코로나 위기 외면” 안팎서 뒷말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가 발령되면서 23일 서울 광화문 일대 도로가 텅 빈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거리두기 2단계가 발령되면서 23일 서울 광화문 일대 도로가 텅 빈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5일 코로나19 2차 대유행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도심 집회를 강행한 민주노총도 비판을 사고 있다. 방역당국은 ‘광화문 집회’와 달리 확진자가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민주노총 집회의 집단감염 위험도를 낮게 평가했지만, 감염병이 일상화된 ‘뉴노멀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민주노총의 집회 방식을 놓고 조직 안팎에선 뒷말이 무성하다.

민주노총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 일대에서 2천여명이 참여한 ‘8·15 노동자대회 성사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행사는 서울시의 집합금지 명령에 따라 집회 신고 대상이 아닌 ‘기자회견’ 형식을 취했지만, 100여명의 ‘중앙통일선봉대’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율동을 선보이는 등 사실상의 집회였다. 민주노총 쪽은 행사 당일 마스크 착용은 물론, 참가자들에게 페이스 실드(얼굴 가리개)를 전달하는 등 방역지침을 준수했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방역당국은 애초 8·15 집회와 관련한 진단검사 대상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광화문 집회는 확진자가 참석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민주노총 집회와 감염 위험도에 있어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위험도를 근거로 해서 두 집회가 같은 날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방식으로 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신규 확진자 수가 3월 말 이후 처음으로 이틀 연속(13~14일) 세자릿수를 기록한 시점에 무리하게 행사를 추진한 데 대해 민주노총 내에서도 위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결정’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수경 민주노총 여성국장은 2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동원된 조합원들이 현장에 돌아가면 겪을 괴로움이 크기에 일찍이 (취소) 판단하자고 수차례 얘기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집회만 다녀와도 돌봄 노동자는 보름간 일을 할 수 없고, 대면 업무라 여럿이 모인 데 가면 안 된다”며 “지금 시기 사업을 기획할 때 최우선은 성과가 아니라 코로나 감염 예방과 심리적 안정을 포함한 안전”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8·15 집회와 관련한 여론의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데도, 민주노총이 코로나19 시대에 발맞춰 집회 방식의 변화 등을 모색하기보다, 감염 위험도가 높은 오프라인 방식의 행사를 고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처가 시행된 지난 20일에도 중앙집행위원회 위원 40여명이 충남 천안에서 1박2일간 회의 겸 수련회를 진행해 논란이 됐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지난 21일 낸 성명에서 방역당국의 진단검사 권고에 따라 선별진료소를 찾은 일부 집회 참가 조합원들이 현장 직원들에게 ‘서울시로부터 문자 통보를 받지 않았으면 검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들었다며 “아직도 일사불란한 행정지침과 지시가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외려 방역당국을 비판했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 대해 “사회적 대화를 추진했던 김명환 전 위원장의 사퇴로 출범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이전 집행부와의 차별화로 하반기 투쟁을 강조했는데, 코로나19로 집회를 못 하면 올 연말 새 위원장 선거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무리수를 둔 것 아니겠나”라며 “여전히 일각에선 (서울 전역 10인 이상 집회가 전면 금지된 8월30일 이후 첫 주말인) 9월5일 대규모 집회를 추진하자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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