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경기도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노동자가 늦은 저녁시간까지 배송업무를 하고 있다. 성남/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사회적 거리두기 준3단계’ 조처와 추석연휴 특별배송으로 인해 이달 사상 최대 규모의 택배물량이 쏟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택배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 문제의 핵심 원인인 ‘분류작업’의 추가인력 투입을 정부와 택배사에 요구하고 나섰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는 1일 “정부와 택배사들이 오는 16일까지 택배노동자들의 과로·과로사 해결을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추석 택배배송 차질을 감수하고 분류작업을 전면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분류작업은 택배노동자들이 주 업무인 배송을 하기 전, 서브터미널에서 당일 자신이 배송할 물건을 관할 지역 순서에 따라 차량에 싣는 업무인데, 건당 수수료가 붙는 배송업무와 달리 별도의 대가가 없어 ‘공짜노동’이라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문제는 분류작업이 장시간 노동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이다. 올 상반기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물량이 20% 넘게 증가해 분류작업이 전체 노동시간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수도권에서 택배노동자로 일하는 김아무개(47)씨는 “하루 평균 14~16시간 일하는데 짧게는 6~7시간, 물량이 많을 땐 9시간 가까이 분류작업을 한다. 분류작업을 전담할 인력이 투입된다면 노동시간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엔 택배 물량이 연평균 10% 이상 늘어나면서 택배노동자 5명이 과로로 숨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대책위는 평소보다 최소 50%의 물량이 폭증할 것으로 보이는 9월 한달만이라도 분류작업을 대신할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주요 택배사들은 추석연휴를 앞두고 오는 21일부터 특송업무에 돌입한다. 김세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조 교육선전국장은 “업계 1위인 씨제이(CJ)대한통운의 경우 택배노동자 5명당 분류작업자 1명을 투입한다고 하면 3천명이 필요하고, 이들이 하루 4시간씩 한달 근무를 하면 인건비로 30억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2분기 씨제이대한통운의 잠정 영업이익은 연결 재무제표 83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8% 늘었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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