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전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서울 노원구 을지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고 김원종님 추모 및 씨제이(CJ)대한통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지난 8일 배송 중 숨진 씨제이대한통운 택배노동자 고 김원종(48)씨와 관련해, 근로복지공단이 김씨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가 대필로 작성된 사실을 확인해 이를 취소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김씨의 ‘과로사’가 산재임을 인정받을 길이 열린 셈이다.
20일 오전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공단에서 검토한 결과 고 김원종씨가 제출한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는 대행사인 회계법인이 대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씨가 신청한 산재보험 적용제외는 “신청하지 않은 것(무효)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씨가 일했던 씨제이(CJ)대한통운 대리점에서 김씨를 포함한 택배노동자 9명이 낸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를 살펴본 결과, 필체가 같은 신청서가 발견되는 등 대필 의혹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적용 제외 신청서는 본인이 직접 작성해 제출해야 하는데, 김씨 등의 경우엔 신청서가 대리작성된 사실을 근로복지공단이 확인했기 때문에 산재보험을 적용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감에서는 택배노동자 등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으로 인한 산재보험의 사각지대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되면서, 신청서 허위 작성 여부의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미향 민주당 의원은 2020년 8월 기준으로 씨제이대한통운 3305명, 로젠택배 3204명이 산재보험 적용 제외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두 회사에서 산재보험을 적용받는 택배노동자보다 각각 곱절가량 많다. 공공기관인 우체국물류지원단에서조차 1145명이 적용 제외 신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당 임종성 의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최근 3년 동안 택배노동자의 산업재해율은 1.38~1.66%로, 전체 산업재해율 0.48~0.58%의 2~3배에 해당하기도 했다. 이에 강순희 이사장은 “택배업 등 적용 제외 신청 비율이 높은 부분을 중심으로 먼저 조사를 시작하고, 나머지 직종에도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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