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1일 오후 서울 코엑스에서 취업준비생이 면접을 보기 위해 대기장 안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로 실직했거나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20대를 조사한 결과, 고졸이나 4년제 대졸 출신보다 전문대 출신이 체감하는 우울감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청년위원회가 발표한 ‘코로나19와 청년노동 실태’ 보고서를 보면, 만 29살(1991년 이후 출생) 청년 596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실업 영향에 따른 우울증상 척도(CES-D)를 조사한 결과 평균 점수가 23.2점으로 전문가 상담 권고기준(16점)을 웃도는 수준이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28일부터 2주간 진행했고, 응답자들은 모두 미취업 혹은 주당 35시간 미만 근로 중인 상태였다.
청년들의 우울감은 구직 자신감과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보였다. 2·3년제 전문대 재학·졸업자(25.0)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이어 경인지역 4년제 대학 재학·졸업자(24.6), 고졸자(23.9) 등의 차례였다. 상대적으로 취업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대학원 재학 이상과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출신의 우울증상 지수는 각각 20.3점과 22.6점으로 낮은 편이었다. 연구에 참여한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전문대는 전공 실습 등을 거쳐 취업이 연계되는 경우가 많아 진로선택의 폭이 (4년제 대학 졸업자보다) 좁은 편”이라며 “코로나19로 실습이 중단되거나 관련 산업이 타격을 입으면서 취업에 대한 불안감이 훨씬 커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번 조사에서 비수도권 4년제 대학 출신의 우울증상 지수가 22.9점으로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출신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다. 구직 자신감을 묻는 응답에서도 충청권을 제외한 비수도권 거주 청년들은 긍정적인 응답(매우 자신있음, 자신있음) 비중이 영남권과 호남권에서 각각 37.6%, 35.6%로 나와 수도권(31.3%) 청년들보다 높았다. 김영민 사무처장은 “추가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수도권에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 대면 서비스업 일자리가 몰려 있는 반면, 남부지방(영호남)은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영향이 적은 제조업 중심 일자리가 몰려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54.1%)인 323명이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해 2월 이후 실직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의 39.6%(236명)는 현재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구직활동 중이라고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들은 주당 평균 17.9시간을 일해서 한달 평균 69만9천원을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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