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서 심야 배송업무를 담당하던 40대 택배 노동자 이아무개씨의 사망사고와 관련해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어 과로사 재발 방지 대책과 쿠팡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고용노동부에 촉구하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지난 7일 고시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쿠팡 계약직 배송기사 이아무개(48)씨의 죽음이 ‘고강도 심야노동’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노조는 “상당수 계약직 ‘쿠팡친구’(쿠팡 직고용 배송기사)들이 정규직 전환을 위한 상대평가에 내몰려 법정 휴게시간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에 쿠팡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8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평소 지병이 없었던 고인의 죽음은 고강도 심야노동으로 인한 명백한 과로사”라고 주장했다. “뇌출혈과 심장 쪽 문제가 있었다”는 1차 부검 소견은 전형적인 과로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이씨가 지난해 초 쿠팡에 계약직 배송기사로 입사해 서울 송파1캠프 소속으로 밤 9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주 5일간 심야·새벽배송만 전담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코로나19 이후 배송 물량이 늘어 하루 8시간당 1시간씩 주어지는 휴게시간에도 쉬지 못하고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고인의 과로사를 불렀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휴게시간 보장을 의무화한다며 ‘업무용 앱 셧다운’ 기능을 도입했으나, 실제론 휴게시간에도 배송지 주소 등이 계속 노출되기 때문에 쉴 여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정진영 공공운수노조 쿠팡지부장은 “휴게시간에도 남은 물량과 배송지 주소는 볼 수 있기 때문에 (당일 물량 처리를 위해) 일단 배송을 한 뒤 셧다운이 풀린 뒤 ‘배송완료’ 버튼을 누르는 기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휴게시간까지 포기하면서 ‘당일 배송완료’에 목을 매는 배경엔, “상대평가 제도를 통한 무한 경쟁 부추기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쿠팡은 계약직으로 채용된 배송기사가 2년간 근속을 하면 상대평가 결과에 따라 일부 정규직 전환을 하고, 탈락자는 계약종료로 퇴사하도록 한다. 계약직이었던 고인은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한 야간근로 수당을 포함해도 월 급여가 280만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쪽은 “고인은 지난달 24일 마지막 출근 뒤 휴가를 내 지난 4일 복귀 예정일까지 근무를 하지 않은 기간 중 숨졌다”며 과로사 의혹을 부인했다. 또 최근 12주 동안 고인의 주당 평균 근무일수는 노조 쪽이 밝힌 주 5일이 아닌 “주 4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민욱 전국택배노조 교육선전국장은 “쿠팡 배송기사는 주 5일 근무가 원칙”이라며 “질병판정위원회 지침에 따라 야간근무는 주간근무의 30%를 가산해 근무시간을 계산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선담은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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