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예원 강창언 원장이 제주 전통 돌가마인 노랑굴에 이파리가 달린 생나무를 잘라 말린 섬피로 불을 지피고 있다.
제주 전통가마·옹기 복원해 맥잇는 강창언 원장
도자기의 재료인 양질의 고령토가 나지 않은 제주에서는 예로부터 흙을 빚어 구워 만든 질그릇이 생활필수품으로 요긴하게 쓰였다. 지금은 사라진 옛날 풍경이 되었지만 물이 귀했던 제주도에서는 1960년대까지만해도 여인들이 흙을 구워만든 물허벅을 지고 나르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물허벅 뿐 아니라 곡식을 담는 항아리인 통개를 비롯해 술 빚는데 쓰이는 소줏소리, 밥그릇, 술병, 심지어 담뱃대와 재떨이에 이르기까지 제주의 전통 생활용품은 흙으로 만든 옹기가 많았다.
진한 갈색과 회색의 제주 전통옹기는 한라산 서부지역인 남제주군 구억리, 신평리, 무릉리, 영락리 등에 있는, 노랑굴과 검은굴로 불리는 대규모 가마에서 구워졌다. 특히 제주 전통옹기는 우리나라 내륙 지방과 달리 유약을 바르지 않고, 또 세계에서 유일한 벽돌이 아닌 돌로 만들어진 가마에서 불의 힘만으로 ‘자연유’가 입혀지는 ‘숨쉬는 옹기’였다.
그러나 60년대 이후 플라스틱과 스테인리스, 알루미늄 그릇 등의 보급으로 경쟁력에 밀리면서 69년 구억리 가마가 문을 닫는 것을 마지막으로 제주 전통옹기와 전통 가마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한 도공이 그 맥을 되살리기까지.
제주도 남제주군 대정읍 영락리 1번지 제주도예원 강창언(47) 원장은 30년 가까이 끊어졌던 제주의 독특한 전통옹기의 맥을 되살려 이어가고 있는 외톨박이 제주 도공이다. 그는 80년부터 제주도 전역을 돌아다니며 가마터와 흙을 조사하고, 옹기 제작에 관한 기록을 채록하고, 살아남은 도공들을 찾아내 지난 2000년 전통 돌가마와 함께 전통옹기를 완벽하게 복원해냈다.
“제주의 전통옹기는 세계 최고의 명기입니다. 유약을 전혀 바르지 않고 흙과 불의 힘만으로도 이토록 아름답고 깨끗한 그릇이 만들어지지 않습니까. 자연과 가장 닮은 그릇을 만들어냈던 조상들의 놀라운 지혜가 사라진다는 것이 가슴 아팠어요.”
제주도 남제주군/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강재훈 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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