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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S, 이힘찬 PD 사망 9달 만에 사과 “개인 탓 아냐”

등록 2022-11-09 13:57수정 2022-11-09 14:07

고 이힘찬 프로듀서 사망 9개월 만
스튜디오S 한정환 대표, 유가족에 공식 사과
‘드라마제작준칙’ 제정 등 재발 방지책도 합의
대책위 제공
대책위 제공

<에스비에스>(SBS)의 자회사 스튜디오에스(S)가 고 이힘찬 프로듀서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책에 합의했다. 올해 1월 이 프로듀서가 사망한 지 9개월 여만이다. 그는 드라마 <소방서 옆 경찰서>를 담당했는데, 촬영이 시작된 지 20여 일 만에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본인과의 카카오톡 대화창에 마지막 메모로 ‘모든 게 버겁다’고 남겼다.

‘스튜디오에스 고 이힘찬 프로듀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 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사가 함께 조사한 결과, 고인의 사망이 업무상 스트레스에 의한 것임이 명확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월 유가족 대표, 노조, 스튜디오에스 사쪽이 참여한 공동조사위가 꾸려졌다. 이들은 4~6월 동안 유족과 사쪽이 제공한 자료, 이 프로듀서 동료 및 업계 관계자 30여 명을 면접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진상조사 보고서를 만들었다.

조사 보고서는 “평소 업무에 대한 애정과 책임이 컸던 고인이 부족한 예산 범위 내에서 작품을 무사히 완수해야 한다는 압박, 촉박한 편성(납기) 일정이 다가올수록 제작을 마칠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느꼈고, 스케일이 크고 위험한 장면 촬영 과정에서 돌발 변수들에 대응하며 업무상 스트레스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증폭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보고서는 “본격적인 촬영 돌입 이후에는 하루하루 누적되어가는 돌발 변수와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이 더해져 더 이상 한 개인이 감내하기 어려운 극단적 상황에 내몰렸으나 회사 차원의 고충처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봤다. 대책위는 고인의 동료들도 예산 부족, 납기(편성) 압박, 인력 부족, 고충 처리 시스템 등을 지적했다고 했다.

대책위 제공
대책위 제공

대책위는 “조사 보고서를 보면, 방송사들의 드라마 제작 자회사 설립 확산, 노동시간제도 변화,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드라마 소비 증가와 관련 산업의 폭발적 성장, 오티티(OTT) 플랫폼 영향력 증가 등 최근 급변한 드라마산업에 내재한 구조적 문제들이 이 사건에 응축됐다”고 풀이하기도 했다.

노사 공동 조사위는 비슷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 개선책도 협의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적정 제작 시간 확보’가 꼽혔다. 첫 방영일로부터 최소 6개월 이상 12개월 범위 안에서 사전제작을 설정해 편성 압박을 완화한다는 것이다. 경영진의 현장 고충 정기 점검, 안정적인 인력 확보를 위한 채용 및 교육훈련 체계 구축, 직무스트레스 관리시스템 도입, 52시간 노동시간 공통 운영 지침, 현장 안전관리 지침 수립 등에도 뜻을 모았다. 대책위는 노사가 이러한 개선책을 ‘스튜디오에스 드라마제작준칙’으로 제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지난 7일 오후 유가족과 스튜디오에스 사쪽이 만난 간담회 자리에서 사쪽이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한 사실도 공개했다. 대책위 자료를 보면, 한정환 스튜디오에스 대표이사는 이 자리에서 “공동조사를 통해 회사 제작시스템을 성찰하고 고 이힘찬 프로듀서가 겪었을 고통을 엄중하고 무겁게 받아들였다”며 “유가족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한 대표이사는 또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약속드린 개선책을 충실히 이행하고 고인의 명예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유족들은 고인의 사망 전후 사쪽의 모습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무엇보다도 일을 하며 겪는 압박과 부담을 개인에 지우지 말고 조직과 회사가 해결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에스비에스 제공
에스비에스 제공

<소방서 옆 경찰서>는 에스비에스 새 금토 드라마로 오는 12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대책위는 첫 회와 최종회에 고인에 대한 추모 메시지가 담긴다고 전했다. 대책위는 “스튜디오에스가 대책위와 합의한 내용을 성실히 이행하는지 점검하고 평가하는 등 당분간 활동을 이어나가기로 했다”며 “이번 개선방안이 스튜디오에스에 그치지 않고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도록 현장에 알리는 노력도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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