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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쓴소리도 경청하겠다더니… 1년간 ‘언론 장악’ 논란만

등록 2023-05-11 05:00수정 2023-05-11 10:01

법·제도적 노력 전무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이던 지난해 3월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이던 지난해 3월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민심을 가장 정확히 읽는 언론 가까이에서 제언도 쓴소리도 잘 경청하겠다.”

지난해 4월6일 ‘신문의 날’ 행사에 당선자 신분으로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축사에서 ‘경청’ ‘소통’ ‘언론 자유’ 등의 열쇳말에 힘을 주었다. “언론과의 소통이 궁극적으로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메시지도 남겼다. 올해 신문의 날 행사에는 축사만 보냈다. 많은 언론이 “잘못된 허위 정보와 선동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그의 말에서 기사 제목을 뽑았다. 1년 전, 소통과 경청을 말했던 입은 ‘사실에 기반한 정보, 정확한 정보 생산의 책임’만을 거듭 강조했다.

지난 1년간 윤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비판 언론과 공영방송에 대해 공세적 태도로 일관했다. 윤 대통령의 비속어 사용을 보도한 <문화방송>(MBC) 취재진을 대통령 전용기 탑승 대상에서 배제하고, 외교부가 문화방송을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집무실 선정에 역술인 천공이 관여했다고 보도한 <한국일보>와 <뉴스토마토>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고, <한겨레> 기자는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 관저 결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뒤 ‘성명 불상’의 고발인으로부터 역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했다.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 대통령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 등을 보도한 유튜브 매체 <더탐사>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수차례 경찰 압수수색을 당해야 했다.

언론에 대한 적대적 태도는 대통령실의 티브이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 방침, <와이티엔>(YTN) 민영화 시도 등에서도 드러났다. 특히 수신료는 한국방송의 주요 재원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재원을 미끼로 공영방송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논란으로 이어졌다. 보도전문채널 와이티엔 민영화는 정부가 공기업 자산을 처분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와이티엔 노사와 언론·시민단체는 보도전문채널의 공적 소유구조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무너뜨리는 것은 언론 길들이기 시도라며 반발하고 있으나, 정부는 와이티엔 민영화 논란에 대해 한번도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4월2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 간사를 맡은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미디어혁신위원회’ 설치 등 미디어 분야 국정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해 4월2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 간사를 맡은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미디어혁신위원회’ 설치 등 미디어 분야 국정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미디어 규제 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대해서는 지난 1년 내내 감사원과 검찰, 여당이 나서서 공격했다. 방통위 상임위원의 임기는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데도, 여권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했다는 이유로 한상혁 위원장의 사퇴를 집요하게 압박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윤 정부의 언론·미디어 정책을 요약하면 ‘권위주의로의 퇴행’”이라며 “미디어 규제 기구와 언론의 편향성을 문제삼으며 언론·미디어 의제를 진영 대결에 부치는 방식으로 (정권의) 부당한 개입을 정당화해왔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과 정부가 언론과 갈등을 빚는 사이, 미디어 입법과 제도 개편의 정체는 심화됐다. 정부는 출범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를 통해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서 미디어 공공성 확립을 목표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과 ‘수신료 관련 기구 설치’ 등을 약속했다. 미디어 전략 컨트롤타워 구실을 하는 전담기구, 곧 ‘미디어혁신위원회’를 꾸리겠다는 내용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제대로 이뤄진 것은 거의 없다.

물론 아직 정부가 출범한 지 1년밖에 안 됐다. 미디어 컨트롤타워 구실을 맡을 부처를 꾸리거나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는 등의 정책 과제는 결국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여소야대 환경에서 쉽게 이뤄내기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윤 대통령과 여당은 정부조직법이나 방송법을 고쳐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맞는 부처를 만들거나 공영방송 경영진 선임 방식을 고치려는 노력을 애초부터 하지 않았다. 자신의 지지 세력이 아닌, 야당이나 언론·시민단체는 대화나 타협, 설득의 대상으로 삼지 않은 것이다.

그 대신 정부는 출범 1년에 즈음해 국무총리 소속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미디어발전위)와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과 미디어특별위원회’(미디어특위)를 각각 출범시켰다. 미디어발전위는 정부가 인수위 때 밝힌 미디어혁신위 구상과 비교하면, 위상도 낮은데다 미디어를 산업 논리로만 접근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미디어특위는 포털 사이트와 유튜브 규제를 선결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이른바 ‘가짜뉴스’(허위·조작 정보)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두 기구 모두 보수 성향 관료와 전문가가 주로 참여하고 있다.

언론계에서는 정부의 가짜뉴스 대책 등이 표현의 자유 침해를 넘어 비판 언론과 포털 통제 수단으로 전락하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취임 전까지만 해도 언론 자유를 강조했던 윤 대통령이 집권 이후에는 언론 자유를 파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최근 정부가 출범시킨 기구들은 임기 초 나타났던 ‘비판 언론 탄압’이 조직적·제도적 미디어 장악 단계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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