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겸 방송심의소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방심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33차 방송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에 참석해 자료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인터넷 언론사의 기사와 동영상 등을 심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것에 대해 언론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은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언론 검열 시도라고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방심위는 지난 21일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심의 대책 세부 내용’을 발표했다.
정보인권단체 ‘오픈넷’은 22일 논평을 내어 방심위의 인터넷 언론사 콘텐츠 심의 방침에 대해 “행정기관이 모든 언론 보도와 인터넷 정보를 검열하고 정보를 통제하겠다는 것으로 명백히 반민주적이고 위헌적인 행태이며, 언론·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며 “무리한 검열 시도를 전면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오픈넷은 “헌법재판소는 이른바 ‘허위사실유포죄’에 대해 허위정보가 일반적으로 사회적 해악의 발생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닌데도 ‘공익을 해한다’와 같은 모호하고 주관적인 요건을 동원해 금지하고 처벌하는 국가의 일률적이고 후견적인 개입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이미 위헌으로 판단했다”며 “정보 내용의 허위성만을 이유로 한 ‘가짜뉴스’ 검열은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도 21일 발표한 논평에서 “방심위가 ‘가짜뉴스 근절’을 내세워 위법·위헌적인 심의 확대를 강행하고 나섰다”며 “지금까지 법원의 고도의 심리에 의한 판결에 따라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져온 기사 삭제의 권한을 정부·여당이 위원 과반을 임명(위촉)하는 방심위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갖게 되고, 나아가 언론사의 ‘폐간’ 여부까지 좌우하는 무소불위의 초법적인 검열기구로 재탄생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언론연대는 또 “방심위는 ‘허위조작뉴스(정보)’라는 표현으로 눙을 치지만 정보통신망법(망법)의 ‘불법·유해정보’에는 가짜뉴스, 즉 허위조작정보에 관한 규정이 전혀 없다. 없는 걸 있는 것처럼 만들어 사실상 모든 기사를 대상으로 ‘허위성’ 여부를 판별하겠다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방심위는 인터넷 언론 기사에 대해 망법 제44조의7 ‘불법정보의 유통금지’ 조항 등에 근거해 ‘통신심의’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정보통신망법에는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규정이 없다.
이와 관련해 오픈넷의 손지원 변호사는 “지금까지도 방심위는 망법 제44조의7 1항 2호(명예훼손)나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 규정’에 있는 ‘사회통합 및 사회질서 저해’ 같은 추상적인 조항을 자의적으로 적용해 일반 국민의 인터넷 표현물에 대한 사실상의 ‘검열’로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왔다”며 “이제는 그 대상을 언론사로까지 확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중규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언론학자인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인터넷 언론사는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정정보도나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 같은 절차 안에 들어와 있다”며 “법에 따라 취재 기자 수 등 일정 기준을 갖춰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를 해야 하는 언론사를 개인 블로그나 동영상에 적용하는 ‘임시조치’로 이중규제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론 관련 단체들은 국회의 대응을 촉구했다. 언론연대는 “국회는 어떠한 사회적 논의나 입법부의 통제도 없이 자의적인 법령 해석으로 언론법의 체계를 뒤흔들고 있는 방송통신 행정기관들의 위헌적 일탈 행위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픈넷은 “국회는 방송법을 개정하고 유엔의 권고대로 인터넷 행정검열 제도를 폐지하고, 통신심의 권한을 민간 자율기구로 이양하라”고 요구했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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