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에이아이의 챗지피티와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엑스 등 ‘뉴스로 학습하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앞다퉈 출시되며 세계신문협회 등 언론기관·단체를 중심으로 뉴스 콘텐츠 이용 기준 마련 요구도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오픈에이아이(OpenAI)의 챗지피티(ChatGPT)와 구글의 바드, 마이크로소프트의 빙에 이어 국내 기업인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엑스(X)까지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가 잇달아 출시되며 인공지능이 학습한 뉴스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대가 지불을 요구하는 언론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인터넷에 공개된 기사라 할지라도 각 언론사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만들어낸 콘텐츠를 생성형 인공지능이 상업적 목적으로 허락없이 가져다 쓰는 건 저작권 침해라는 것이 언론계의 판단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신문협회 등 전 세계 언론기관·단체에서는 인공지능 개발 및 활용을 위한 원칙 등을 속속 발표하고 있어 그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신문협회는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의 뉴스 콘텐츠 저작권 침해 논란과 관련해 지난달 6일 ‘글로벌 인공지능 원칙’을 발표했다. 거대언어모델(LLM)에 기반한 인공지능 시스템은 학습에 쓰이는 콘텐츠에 따라 그 성능이 달라지는 만큼, 생성형 인공지능 업계는 뉴스 콘텐츠가 시스템 개발에 기여하는 가치를 인정하고 언론사에 그 대가를 제공해야 한다는 게 이 원칙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애초에 세계신문협회는 이 원칙을 오는 11월 발표하려고 했으나 전 세계적으로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한 미디어 업계의 대응이 확산됨에 따라, 미디어 업계의 합의된 원칙 발표가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원칙은 지적 재산권과 투명성, 책임성, 품질 및 완전성, 공정성, 안전성, 설계, 지속가능한 개발 등 8개 항목에 걸쳐 12가지 주요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국제 언론단체인 뉴스미디어연합(NMA)의 다니엘 코피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이와 관련해 “양질의 저널리즘과 창의적 콘텐츠 생산·제공을 위해 노력해온 언론사의 지적 재산권은 존중받아야 한다”며 “‘글로벌 인공지능 원칙’은 전 세계 언론사의 이런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형성됐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지난 8월24일 생성형 인공지능인 하이퍼클로바엑스와 이를 기반으로 한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클로바엑스’, 검색 서비스 ‘큐(CUE):’ 등을 함께 선보인 것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지난달 19일 ‘빅테크 기업의 생성형 에이아이(AI) 데이터 학습에 대한 뉴스 저작권자 권익 보호를 위한 성명’을 내고 언론·정부·기업이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 협회는 성명에서 “세계적으로도 인공지능 데이터 학습 사용에 따른 저작권 분쟁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 영역을 규율하는 새로운 법률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다”며 “뉴스 저작권자인 언론과 저작물 이용자인 기업, 정부 당국이 협의체를 만들어 이 문제를 함께 협의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신문협회(신문협회)와 한국온라인신문협회도 지난 8월 성명과 입장문을 내어 뉴스 콘텐츠 저작권자인 언론사의 권리 존중, 디지털 데이터 수집(TDM·Text and Data Mining) 면책 규정 도입 반대, 생성형 인공지능의 학습 뉴스 콘텐츠에 대한 정당한 대가 지불 등 3대 원칙을 공식화했다. 특히 신문협회는 네이버와 카카오, 구글코리아,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대상으로 지난 8월22일 이런 원칙 등이 담긴 입장문을 전달하고 공식 답변을 요구하기도 했다.
국내외 기업의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개발·출시가 잇따르며 언론계의 요구도 조금씩 구체화하고 있지만, 뉴스 저작권을 둘러싼 협상은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수준이어서 당장 가시적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네이버만 하더라도 지난달 11일 신문협회에 보낸 답변서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은 아직 상업적 수익화 단계가 아니며, 인공지능의 콘텐츠 활용은 공정이용 대상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는 점 등을 들어 뉴스 저작물에 대한 대가 산정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뉴스 이용 기준 및 방식은 신문협회 등 미디어 업계와 협의 과정에서 함께 논의할 사항이라고도 밝히는 등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테크 미디어기업 ‘퍼블리시’의 김위근 최고연구책임자는 뉴스 사용료를 둘러싼 언론사와 인터넷기술기업의 입장차와 생성형 인공지능 개발에 관한 뉴스 콘텐츠의 기여분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다는 점 등에 비춰볼 때 합의가 쉽지 않겠지만, 양쪽이 협상을 통해 공통분모를 찾아 나가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3일 “과거 2000년대 초반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는 인터넷기술기업과의 뉴스저작권 계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여러 피해를 봤던 언론사 및 언론단체로서는 지금을 기술 대전환 시기로 보고 이에 맞춰 인터넷기술기업에 새로운 협의를 요구하는 것은 합당하다”면서도 “문제는 공정이용, 계약 내용 등 여러 가지 법적 이슈가 있고, 생성형 인공지능의 개발 및 학습, 서비스 결과, 수익 등에서 뉴스 콘텐츠의 기여분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지난한 과정이 될 수밖에 없지만 언론계와 인터넷기술산업계의 대표자가 협상 테이블을 마련돼야 하며, 이를 통해 무엇보다 먼저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뉴스 콘텐츠 활용 원칙을 발표해야 한다”고 했다.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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