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이 23일 경기 과천정부청사에서 ‘와이티엔의 이동관·이상인 기피신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보도전문채널 와이티엔(YTN) 인수에 나선 유진그룹의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 신청을 접수한 지 일주일 만에 와이티엔에 의견 청취를 위한 출석을 통보하는 등 변경 승인 심사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반면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와이티엔지부와 우리사주조합 등은 와이티엔 구성원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인 이동관 위원장과 유진그룹 회장의 형사 사건 변호를 맡았던 이상인 부위원장이 심사에 참여하는 것은 이해충돌이라며 기피를 신청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3일 와이티엔 설명을 들으면, 방통위는 ‘와이티엔 쪽 의견 청취를 위해 대표자가 24일 출석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22일 보냈다. 방송사 대표자 의견 청취는 심사 항목에 대한 세부 심사에 이어 ‘보도전문채널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 심사위원회’의 핵심 임무 중 하나다.
이에 와이티엔은 입장문을 통해 “보도전문채널의 공적 소유구조를 근간부터 바꿀 사안에 대해 심사 과정은 뒤로 한 채 통상 마지막 절차인 의견 청취부터 서둘러 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것”이라며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대주주사에서 방통위가 요청한 심사위원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도 않았는데 (방통위는) 심사위를 구성해 심사를 강행하고 있다”며 “우려했던 대로 최종 승인이 날 경우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방통위는 유진그룹으로부터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 신청을 접수한 지 하루 만인 지난 16일 변경 승인 심사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이어 다시 일주일 만인 22일 심사위 구성을 전제로 하는 방송사 대표자 의견 청취에 나섰다. 과거 티비씨·경인방송·광주방송의 경우 사업자의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 신청부터 기본계획 의결까지만 따지더라도 27~92일이 걸렸다.
아울러 와이티엔 노조와 우리사주조합, 328명의 시민 주주는 현행 ‘2인 체제 방통위’ 구성원의 자격을 문제 삼으며 이날 기피를 신청했다. 이동관 위원장은 후보자 시절 부인의 인사청탁 의혹을 보도한 와이티엔 기자 등에 대해 명예훼손 및 손해배상 소송을 걸어
법정 다툼 중인 당사자이고, 이상인 부위원장은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의 2012∼2015년 배임증재 사건 변호를 맡는 등 심사 대상과
사적 관계로 얽혀 있어 안건 심의·의결에 참여해선 안 된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방통위법 14조를 보면 “방통위원에게 공정한 심의·의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 기피신청을 할 수 있고, 위원회가 의결로 이를 결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현재 방통위 상임위원은 이동관 위원장과 이 부위원장 둘 뿐이기에, 두 사람에 대한 기피신청을 당사자들이 의결하는 구조다. 이에 대해 고한석 언론노조 와이티엔지부장은 “코미디다. 기피신청이 기각되고, 최대주주 변경되면 취소 소송하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방통위는 심사위 구성 및 출석 통보 등에 대한 한겨레의 질의에 “심사결과 발표 시 심사 일정과 위원 명단을 공개할 예정”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박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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