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 새 방송통신위원장 취임 이틀 만에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 의결을 추진했던 방송통신위원회가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말을 뒤집고 회의를 연기했다.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은 3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지상파 방송국 허가 유효기간 마지막날인 오늘 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려 했으나 34개사 141개에 이르는 방송국에 대한 자료를 심도있게 검토해 재허가 여부를 결정하기에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 위원회 개최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새해부터 재허가 없이 운영되는 방송사들에 대해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이 인사청문회 이틀 만에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방통위원장 업무를 시작한 지난 29일, 방통위는 이례적인 일요일 전체회의 일정을 예고했다. 올해 마지막날 지상파 재허가 안건을 처리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당일 자정께 급작스럽게 회의 취소를 공지했고, 이상인 부위원장은 이날 “(김홍일) 위원장 임명 직후부터 이틀간(29∼30) 안건을 검토했으나 시간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등 방송사업자는 방송법에 따라 3∼7년 주기로 정부의 재허가·재승인을 받아야 한다. 방통위는 매년 이들 방송사의 재허가 조건 이행실적을 점검하고 허가 기간이 임박한 방송사에 대해 재허가 여부를 판단한다. 지난 2020년 12월 기준 점수에 미달해 조건부 재허가(3년)를 받은 한국방송(KBS) 2티브이(TV), 에스비에스(SBS) 등 34개 방송사의 재허가 유효기간은 31일까지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 뒤 기자들과 만나 “원래는 (회의를) 하려고 했으나 졸속 심사가 되면 안 된다. 규정을 찾아보니 방송사에 피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규정이 있어 실무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행정기본법상 신뢰 보호 원칙이 있고 행정절차법에도 기간 도래에 대한 특례 규정이 있다. 이를 잘 적용해서 방송사에 문제가 없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홍일 위원장이 부임하면서 ‘2인 체제’로 회귀한 방통위가 의결을 진행할 경우 전임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때와 마찬가지로 방통위의 합의제 설립 취지를 무시하고 ‘위법 의결을 강행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는 이동관 전 위원장의 주요 탄핵 소추 사유가 됐던 쟁점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7일 청문회에서 이에 대해 “바람직하진 않지만 불법은 아니다. 불가피한 현안은 의결해야 한다”고 답한 바 있다.
방통위는 “조속히 재허가 심의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