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티브이조선>이 북한 응원단의 숙소 모습을 보도했다. 티브이조선 갈무리
평창겨울올림픽을 맞아 남한을 찾은 북한 방문단을 다룬 언론 보도가 인권침해·왜곡으로 얼룩지고 있다. 언론이 방문단을 바라본 시선은 ‘저널리즘 품격의 실종’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티브이(TV)조선>은 지난 10일 ‘[단독] 북한 응원단, 숙소에서 남한 방송 시청’ 보도에서 단원들이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내보냈다. 보도에서는 여성 단원이 티브이 시청을 하는 모습 등 창문을 통해 비친 숙소 내부가 담겼다. <티브이조선>은 지난 7일에도 북한 예술단이 타고 온 만경봉92호의 내부에서 단원이 쉬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7일 <연합뉴스>의 사진 보도도 사생활 침해라는 비판이 일었다. 북한 응원단이 휴게소 화장실 칸 앞에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도했기 때문이다. 외모에 집중하는 보도 행태도 매체 비평지 <미디어오늘> 등의 비판을 받았다. 12일 <조선일보>는 ‘김여정 늘 고개 꼿꼿이 들고 시선은 위로’라는 기사에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두고 “마른 체형에 비해 배 도드라져 나온 모습이 포착됐다”면서 그의 ‘임신설’을 소개했다. 7일부터 12일까지 방문단을 다룬 이 같은 보도들은 ‘관음증적 시선’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방송사들이 여성이 다수인 북한 방문단 보도를 하며 선정적인 각도로 카메라 촬영을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9일 낸 방송 모니터링 보고서를 보면, 7일 방송사들은 여성 응원·예술단원 하반신을 클로즈업하고, 다리에서 얼굴 방향으로 카메라를 옮겨갔다. <엠비엔>(MBN) ‘두차례 리허설’, <한국방송>(KBS) ‘북 응원단도 도착…힘 합쳐 잘합시다’, <문화방송>(MBC) ‘13년 만에 온 북 응원단…환영 만찬 참석’, <제이티비시>(JTBC) ‘북 응원단 시간 지날수록 미소’ 등에서도 비슷한 영상 보도 방식이 적용됐다.
오보도 논란이 됐다. 10일 <시비에스>(CBS) 노컷뉴스는 ‘김일성 가면 쓰고 응원하는 북한 응원단’이라는 제목의 사진 기사를 내보냈다.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스위스전에서 북한 응원단이 남자 가면을 쓰고 응원을 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었다. 기사 제목은 사진 속 가면이 ‘김일성’이라고 적었는데,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채로 보도됐다. 시비에스 쪽은 다음날인 11일 사과문을 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한국 언론은 북한 방문단의 방남을 어떻게 보도할지 감을 잡지 못하고, 여성 외모와 관련된 보도를 관행적으로 이어가고 있다”며 “이뿐 아니라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북한 관련 보도가 이어지며 언론이 갈등을 증폭하는 양상도 나타난다”고 꼬집었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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