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인천 등서 “참석 자제” 전화·방문…불교계, 강력반발
오는 27일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에 항의하기 위한 범불교도대회를 앞두고, 경찰과 지자체가 주요 사찰과 스님들한테 전방위로 ‘참석 자제’를 요구하며 압박하고 있다. 범불교도대회를 준비 중인 봉행위원회(봉행위) 쪽은 “불교계에 대한 공작 행위를 중지하지 않으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24일 봉행위와 경찰의 말을 종합하면, 오은수 부여경찰서장은 지난 20일 관내 경찰들을 대상으로 포교활동을 하는 ‘경승’ 5명을 경찰서로 초청해 ‘서울에서 큰 대중집회가 열리면 시내 도로가 마비되고 젊은이들이 과격한 일을 저지를 수 있으니 스님들이 널리 이해주시길 바란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한 참석자는 “서장이 ‘어청수 경찰청장은 동국대 출신이시고 가족도 모두 불자다. 불교를 탄압하기 위해 종교 편향을 조장할 분이 아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인천광역시의 한 사찰에는 근처 지구대 소장이 찾아와 “어 청장은 일을 잘하시는 분”이라며 범불교도대회 불참을 종용했고, 강원도 양구에서는 경찰관들이 비구니들의 거처에까지 찾아와 집회에 나가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봉행위는 밝혔다. 경찰뿐 아니라 여주군청 등 일부 지자체들도 최근 관내 사찰에 전화를 걸어 범불교도대회에 동원되는 차량, 참가 인원 등에 대해 조사한 사실이 있다고 봉행위는 덧붙였다.
윤남진 참여재가불자연대 사무처장은 “전국 경찰서장들이 총동원돼 지방의 유력 주지 스님들을 불러 모아 노골적으로 불교도대회 불참을 종용하고 있다”며 “관내 경찰이 움직이면 지역 사찰의 스님들은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범불교도대회 상임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진화 스님은 “전국 시·군·구 경찰과 공무원들이 범불교도대회 참여를 막기 위한 공작을 계속하고 있다”며 “즉각 중지하지 않을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해당자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무슨 힘이 있어 스님들께 집회 불참을 종용할 수 있겠느냐”며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 차량에 대한 검문검색 사건 등에 대해 잘못 알려진 내용을 바로잡고 이해를 구하기 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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