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와 기독교가 만나는 곳에 ‘가짜뉴스 공장’이 있었다. <한겨레>는 <한겨레21>과 함께 두달 남짓 ‘가짜뉴스’를 생산·유통하는 세력을 추적했다. 가짜뉴스가 유통되는 유튜브 채널 100여개, 카카오톡 채팅방 50여개를 전수조사하고 연결망 분석 기법을 통해 생산자와 전달자의 실체를 찾아 나섰다. 가짜뉴스를 연구해온 전문가 10여명의 도움을 받으며, 가짜뉴스 생산·유통에 직접 참여했던 관계자들을 만났다. 가짜뉴스의 뿌리와 극우 기독교 세력의 현주소를 해부하는 탐사기획은 4회에 걸쳐 이어진다.
우파 개신교 단체인 ‘에스더기도운동’에서 활동가로 일했던 청년이 자신이 퍼 나르던 가짜뉴스를 허공에 던지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에스더 인사들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이 명백히 밝혀졌는데도 이 일을 국정원에서 한 게 아니라고 했어요. 그걸 비판했다가 공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나님의 군대를 탈영해 땅을 딛기로 한 거죠.”
5년 동안 에스더기도운동(에스더)의 ‘전사’로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퍼 나르며 ‘미디어 전쟁’을 치른 ㄱ씨는 에스더를 떠나게 된 계기가 이런 ‘미신’에서 비롯했다고 말했다. ㄱ씨는 에스더 집행부 소속으로 가짜뉴스 생산자이자 유통자로 살았다. 난민과 이주민 등 소수자를 혐오하는 글을 쓰고 퍼 날랐다. 2000년대 후반부터 에스더에 깊게 관여했다. 20대 중반에 에스더에 입문한 그는 어느덧 30대 중반이 됐다.
ㄱ씨는 원래 기독교도가 아니었다. 우파단체에 관심이 있던 그는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때 에스더를 접했다. 당시 에스더는 촛불집회 반대 운동을 했다. 그때 에스더 강의를 듣게 됐다. 곧 그곳에서 ‘풀타임’으로 일하는 활동가가 됐다. 그의 주변 청년들도 에스더에 끌렸다.
“강사들이 북한 주민의 비참한 실상을 과장해 설명하면 청년들이 관심을 기울여요. 에스더 강사는 ‘이 길이 아니면 지옥’이라면서 에스더에 헌신하면 북한 주민을 도울 수 있다고 포섭합니다. 이런 얘기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극우 기독교에 빠지는 거죠.” 그는 에스더가 미래를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비전’을 말하는 전략을 편다고 했다. “에스더 행사에 가면 청년들 수가 항상 수십명 정도는 돼요. 강사들이 ‘통일 후 개척할 미래’처럼 비전 선포를 많이 해서 그래요. 이게 청년의 야심을 자극하는 면도 있거든요.”
주요 활동가가 된 그는 에스더와 그 협력단체에서 ‘이슬람이 한국에 몰려온다’는 식의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퍼뜨리는 일을 맡았다. 그 흔적은 아직 그의 개인 블로그에 남았다. 그는 2010년 블로그에 “한국에 거주 중인 무슬림들은 한국 여성과 결혼 구실로 접근하고 개종시킨 뒤 결혼 후에는 폭력을 휘두른다”며 “개종한 한국 여성들이 이슬람 퇴교를 하려 한다면 살해당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슬람 혐오를 부르는 가짜뉴스다.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허위 글도 ㄱ씨 블로그에서 찾을 수 있다. ㄱ씨는 2011년 블로그에 “동성애자들의 상당수는 콘돔을 사용하지 않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양성애자이기 때문에 이성에게까지 에이즈를 감염시킨다”는 글을 올렸다.
이 작업의 총지휘는 이용희 에스더 대표와 에스더 협력단체 이사들이 했다는 게 ㄱ씨의 설명이다. ㄱ씨는 에스더의 강의를 반복해서 들은 까닭에 당시에는 그 일에 대한 거부감이 적었다고 한다. 이 일을 하며 몇개월 동안은 100만원의 월급을 받은 적도 있다.
그러던 그는 에스더에 점점 의문을 품었다. 이 단체가 기성 미디어를 모두 부정하는 모습이 세상과 동떨어져 보였다고 한다. 특히 국정원 댓글 사건의 진상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에서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때 ‘사탄이 온다’며 반대시위를 하는 등의 배타적인 행동 방식에도 실망했다.
회의는 탈퇴로 이어졌다. 몇해 전 그는 조용히 그곳을 나왔다. 멤버들과도 연락을 끊었다. 나오고 보니 더 명확히 보였다. 그는 “지금도 에스더를 보면 안타깝다. 그들은 한 생각에 갇혀서 그 안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다”며 “돌아보면 내가 쓴 글이 성소수자 분들에게 상처가 됐을 것이다. 미안하다”고 했다.
그는 에스더에 참여하는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어떤 정보를 받을 때 의심해봤으면 좋겠어요. 목사님이나 강사님이라도 ‘저 사람의 말이 진실할까?’ 하고요. 그들이 말하는 게 진짜 사실인지 아닌지는 검색만 하면 다 알 수 있잖아요.”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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