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설립자 전광훈 목사(64)는 실은 개신교 목사라기보다는 극우 정치꾼으로 악명이 높다. 전광훈 목사 측이 밝힌 바에 따르면 전 목사는 지난 20여년간 자칭 애국집회 혹은 정치집회를 2300여회나 이끌었다고 한다. 보수 개신교인들조차 이런 전 목사를 두고 어떻게든 관심을 끌어보려는 ‘관심 종자’로 폄훼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전 목사는 전도사 때인 1983년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에 소규모 개척교회인 사랑제일교회를 세웠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 현재의 교회 위치에 자리를 잡은 것은 개척 10여년 뒤인 1995년이었다. 그는 청교도영성훈련원을 함께 운영하며 전국 목회자를 대상으로 기도회와 세미나 등을 열어왔다. 2014년엔 대한예수교장로회 한 교단의 총회장이 돼 다른 교단과 통합을 추진하다가 내분을 빚고, 2019년 해당 교단에서 제명됐다. 그러나 전 목사 쪽은 자신을 제명한 교단의 허위 주장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전 목사는 2018년 개신교 보수 쪽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에 당선됐으나 한기총 이름을 걸고서 각종 정치 행사를 열어 비판을 샀다. 전 목사는 지난해 3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찾아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목소리를 높이며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천만 명 청원 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개신교계의 90%가 자신을 지지한다’고 호언장담했으나 한기총은 2012년 이후 대표회장의 돈 선거와 비리를 둘러싼 내홍으로 회원 교단의 70% 이상이 탈퇴해 허명뿐인 단체가 됐다. 전 목사를 한기총 회장으로 밀어준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가 이끄는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와 기독교한국침례회마저 한기총 활동 중단해 그야말로 빈껍데기만 남은 것이다.
지난 2019년 11월 20일 청와대 분수대 인근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집회에 나선 전광훈 목사와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한겨레 자료사진
그러나 그는 광화문 집회를 주도하며 반정부 활동을 이어갔다. 그는 2018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데도 집회에서 “(총선에서) 황교안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 “우파가 200석을 해야 한다”고 선동했다. 그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해 지난 2월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그는 한기총 대표회장으로서 직무도 정지된 상태다.
그는 지난해 10월엔 청와대 분수대 앞 집회에서 ‘향후 10년 대한민국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라면서 “나는 하나님 보좌(寶座)를 딱 잡고 살아.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라는 발언을 해 교계에서 신성모독 논란까지 제기됐다.
전 목사의 행보에 대해서는 개신교인조차 반발한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개신교인 1천명과 비개신교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의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개신교인 5명 중 4명은 기독교정당에 반대하고, 전광훈 목사의 ‘문재인 대통령 하야’ 발언 등 언행이 부적절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의성 출신인 전 목사는 광운공고를 졸업한 후 1978년 대한신학교(현 안양대 전신)에 입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4년 신학교를 마친 2년 뒤 목사 안수를 받았고, 2000년 안양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신교계 시민단체인 평화나무는 전 목사가 실제로 신학교에서 공부한 흔적이 없으며, 목사 안수증도 위조된 것으로 의심된다며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전 목사는 또 장위 10구역 재개발 지역 안에 있는 사랑제일교회 철거 문제로 서울시·재개발조합 등과 갈등을 빚어왔다. 전 목사 측은 교인 감소와 재정 손실, 새로운 교회 건축비 등의 명목으로 500억대 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보상금으로 82억원을 제시해 마찰을 빚었다. 조합은 여러 번 교회 철거에 나섰으나 신도들의 물리적인 저항으로 무산됐다.
전 목사 쪽은 사랑제일교회의 대안 시설로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아카데미하우스 매입을 시도했던 것으로 최근 확인돼 또다시 논란이 됐다. 아카데미하우스는 1960∼1970년대 민주화 운동과 에큐메니컬(교회 일치) 운동의 구심점이 돼 온 곳이다.
전 목사가 세간에 이름이 알려진 것은 설교 과정에서 했다는 이른바 ‘빤스 발언’을 통해서다. 끊임없이 정치판을 기웃거리며 구여권에 입질을 했으나 여의치 않자 그는 2012년 총선을 앞두고 기독자유민주당 창당을 주도했다. 4년 뒤 2016년 총선에서는 기독자유당이라는 이름으로 2.63%의 득표율을 거뒀다.
전 목사는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중에도 방역지침을 무시하는 발언을 수시로 해왔다. 지난 2월 23일 광화문 집회 때는 “여러분 이번에 이 전염병은 야외에서는 전혀 전염 안 된다는 통계가 나왔어요. 그리고 오히려 이런 예배에 참여하면 성령의 불이 떨어지기 때문에 걸렸던 병도 낫는다고요”라고 말했다.
검찰은 전 목사가 보석 조건을 어겼다며 다시 구속해달라고 법원에 청구했고,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국민 민폐 재수감을 촉구합니다’라는 청원에 17일 오후 8시 현재 25만명이 동의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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