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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권·복지

교실 속 성소수자 차별·혐오, 교육과정 안 바꾸면 못 막는다

등록 2022-11-15 14:57수정 2022-11-15 16:17

띵동, 성소수자 학생 처한 환경·차별 파악
차별 만연한데, 인권교육은 없다시피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혐오와 차별에 노출되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혐오와 차별에 노출되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학교폭력을 겪었는데 오히려 학교에서는 나를 기숙사 퇴사 조치했어요.”(ㄱ씨)

“학교 수업시간에 ‘성소수자’란 단어가 나왔는데 선생님과 친구들 모두 장난거리로 삼았어요.”(ㄴ씨)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혐오와 차별에 노출되어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 개정안에서 ‘성소수자’ 등의 표현 등을 없애며 ‘존재 지우기’에 나섰다.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은 15일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청소년 성소수자 8명과 교사 집단, 지원기관·서울시교육청 관계자 등을 심층 인터뷰해 작성한 ‘성소수자 학생 인권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과제’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교내 성소수자 차별이 심각한데도 관련 인권교육은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쉬쉬하며 진행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띵동’이 진행한 심층 인터뷰를 보면, 교사가 부적절한 태도를 보인 사례가 여럿이었다. ㄷ씨는 “사회 교과서에 ‘성소수자’라는 단어가 나오면 사회 선생님이 그 단어는 읽지 않고 넘어가는 등 아예 언급을 꺼린다”고 밝혔다. ㄹ씨는 “사회문화탐구라는 교과에 사회적 소수자를 다루는 단원이 있었는데 성소수자 내용도 두 문단 정도 있었다. 선생님이 다양성을 존중하기보단 시혜적인 태도로 가르쳐 무척 불편했다”고 했다.

제대로 된 교육이 없으니 성소수자 주변인들은 혐오·차별과 같은 폭력을 쉽게 휘둘렀다. ㄱ씨는 “기숙사에 성소수자 인권을 상징하는 물품을 두었는데 친구들이 사진을 찍어서 돌려 봤다. 그 뒤 학교폭력에 시달려야 했다”고 말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교사 탓에 좌절하는 청소년도 있어다. ㅅ씨는 “상담 선생님에게 성 정체성과 관련한 고민을 털어놨더니 엉뚱한 이야기를 했다. 그때부터 학교에 대한 기대가 없어졌다”고 했다.

“교실서 성소수자 언급하니 장학사에게 전화 와”

교사들은 지금 환경에선 개인이 나서 성소수자 인권교육을 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만큼 공식 교육과정에 성소수자 개념을 넣고, 관련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교사인 ㅁ씨는 “단순히 ‘소수자’라는 명칭에 모든 문제를 포함시키는 게 아니라 정확히 ‘성소수자’라는 단어를 (인권교육 매뉴얼 등에) 명시해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현장 교사들이 인권교육에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ㅁ씨가 실제로 겪은 황당한 사례도 전했다. “인권교육 시간에 성소수자에 관해 언급했다가 담당 장학사로부터 ‘성소수자 문제는 국가에서 인정되지 않은 문제’라는 연락을 받은 적 있다.” 다른 초등학교 교사 ㅂ씨도 “평소 성소수자에 관한 인권교육을 하려고 해도, 그게 교과서에 나온 내용이 아니어서 민원이나 이의제기가 들어왔을 때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띵동’은 교과과정의 개선과 동시에 교실 안 성소수자 인권보장과 관련한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러 다른 나라에선 교내 성소수자 차별을 법으로 금지한다. 미국은 21개주에서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근거로 한 괴롭힘을 금지하는 ‘학교 괴롭힘 방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영국 교육부는 2010년 제정된 평등법을 기반으로 학교와 교육기관 등에 성소수자 차별 금지 지침을 배포했다. 캐나다 모든 주는 학교에서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으로 차별하는 걸 금지하고 있다.

국내 청소년 성소수자 인구 규모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그 비율이 10%에 이른다는 추정이 있다. 논문 ‘청소년 성소수자 연구 동향 분석’(2019, 주재홍 진주교대 교수)은 “통계적으로 전체 청소년의 10% 정도가 자신을 성소수자라고 인식하거나 이와 관련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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