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가는 지역 암환자 : ‘고난의 상경치료’ 리포트
④ 지역 필수의료 해법, 암 환자 건강주치의제
④ 지역 필수의료 해법, 암 환자 건강주치의제
지난해 12월22일, 강정훈 경상국립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맨왼쪽)가 경남 거창군 웅양면에 사는 폐암 환자 정아무개씨(오른쪽) 집을 방문해 진료하고 있다. 조윤상 피디 jopd@hani.co.kr
환자 집에서 15분 진료…서울 가면 3분
“오셨어예.” 지붕에 눈이 소복이 쌓인 시골집에 강정훈 경상국립대병원 교수(혈액종양내과·경남지역암센터 연구부장)와 보건소 관계자가 들어섰다. 폐암 환자 정아무개(72)씨의 배우자가 문을 활짝 열어 강 교수 일행을 맞았다.
지난해 12월22일, 강 교수는 경남 거창군 웅양면에 사는 정씨를 진료하러 왔다. 이날 강 교수와 <한겨레> 취재진이 집에 들어서자, 안방 침대에 누워 있던 정씨가 밝은 표정으로 일행을 반겼다. 그는 손을 뻗어 닿는 거리에 설치한 봉을 붙잡고 몸을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강 교수는 “다리와 머리가 아프다”는 정씨를 15분 가까이 꼼꼼하게 살폈다. “특별히 문제 되지는 않아요. 제가 안 아프게 통증 조절해 드릴게요.”
거창군은 종합병원이 없는 의료취약지다. 암 환자들은 외지로 치료를 다닌다. 거창군 암 환자 301명의 주치료기관 소재지 현황을 조사했더니, 대구(42%), 서울(38%), 부산(12%), 경남 진주(7%) 순이었다. 강 교수가 정씨를 방문한 날은 기온이 섭씨 영하 7도로 떨어진데다 함박눈까지 쏟아졌다. 강 교수가 병원이 있는 경남 진주에서 경사지고 굽은 빙판길을 차로 한시간 넘게 달려오지 않았더라면, 혼자 거동조차 할 수 없는 정씨가 같은 길을 움직여야 했을 것이다. 정씨는 지난 9일 코로나19와 폐렴으로 숨을 거둘 때까지 1년간 방문 의료진으로부터 보살핌을 받았다.
강 교수는 전국 최초로 시행된 ‘암 환자 건강주치의제’(지역암센터·보건소 연계 사업)의 일환으로 정씨를 방문 진료했다. 방문 진료 수가가 낮은 한국 의료 시스템에서 암 전문의가 환자 집을 찾아 진료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경남지역암센터와 거창군 보건소 의료진이 암 환자 가정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관리하는 시범사업을 3년 넘게 벌이고 있다.
2019~2021년 암 환자 301명이 시범사업에 등록해 방문 진료를 받았다. 경남지역암센터 의료진은 이들 중 128명, 보건소 의료진은 누적 1553회 방문 진료를 했다. 암센터 의료진은 필요하면 화상으로도 환자를 진료한다. 상담 뒤 필요한 처방과 입원 등 조처는 지역 공공병원인 적십자병원이 분담한다. 1차 의료기관인 보건소 의료진, 2차 의료기관인 공공병원, 3차 의료기관인 암센터 의료진이 한 팀으로 환자를 돌본다. “저희가 계속 의료 서비스를 해야 어르신이 (입원하지 않고) 집에 계실 수 있거든요.”(강 교수)
보건소·지역공공병원·암센터 ‘원팀’
환자 장거리 이동 불편 없고, 지역의료 신뢰 높여
<한겨레> 다큐 ‘큰 병은 서울로, 병원촌 사람들’은 정보무늬(QR코드)를 스마트폰 사진 기능 등으로 스캔하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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