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20회 대한민국 종합미술대전에서 동양화 부문 특선작으로 뽑힌 김인제씨의 작품 〈마음의 꽃〉. 시 〈작은 기도〉도 감옥 안에서 김씨가 지었다.
[사형제에 사형선고를] 3. 사형은 공정한가 - 살인혐의로 사형수됐던 김인제씨
[사형제에 사형선고를] 3. 사형은 공정한가
공개 안하고 죽음 준비하다
뜻밖의 특별감형
지난해 미술대전 입상 뒤
주변서 공개사면운동 시작 그때 무기수로 살고 있던 공범 친구한테서 김씨의 집으로 편지 한 통이 날아왔다. 김씨와 자매결연을 맺은 교정위원 황수경씨(동국대 선학과 강사)는 편지를 읽은 뒤 김씨가 주범이 아니었다는 믿음을 확신으로 바꿀 수 있었다. 편지 내용은 사건의 진실을 확인해주고 싶다는, 친구의 양심고백이었다. 어릴 적 아버지를 여읜 뒤 유복했던 집안이 기울고 김씨는 고교 졸업 뒤 출판사에 취직해 일하고 있었다. 한 부유한 집안의 처녀와 만나 약혼까지 했다가 일방적으로 파혼을 당한 게 사건의 발단이 됐다. 김씨가 여자 친구와 말다툼을 한 날 여자친구가 숨졌다. 공범인 친구가 보낸 편지는 김씨가 만취 상태에서 여자친구와 다투다 곯아떨어진 사이 그 친구가 여자친구를 숨지게 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편지를 전해받은 김씨는 친구의 우정으로 받아들였을 뿐, 고통은 자신 하나만으로 충분하다며 편지를 공개하지 말도록 황씨에게 부탁했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도 “나도 죽어버리자”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공소 사실을 모두 시인했다고 한다.
조용히 죽음을 준비하던 김씨는 2002년 12월31일 뜻밖의 특별 감형을 선물로 받았다. 모범수로 살아온 김씨는 구치소 안에서 〈작은 기도〉를 비롯한 몇십 편의 시와 〈마음의 꽃〉 등 그림에 자신의 운명을 새겨넣었다. 편지의 진실은 그로부터 2년여동안 더 묻혀있었다. 지난해 봄 대한민국 종합 미술대전에서 김씨의 그림 두 점이 입상한 뒤 황씨는 공개적인 사면운동을 결심했다. 편지가 공개돼도 공범 친구에게 더 이상의 법적인 피해는 없다는 점을 알리고 설득한 끝에 김씨도 이에 동의했다. 지금까지 국회의원 10여명과 법관 1명, 변호사 11명 등을 포함해 5천여명이 김씨의 사면을 위해 서명했다. 김씨는 최근 교도소 안에서 장애인 수감자를 모아놓은 방에 자원해 들어가, 동료 수감자들의 목욕과 청소를 도우며 살고 있다. 만약 김씨가 이미 사형장으로 끌려갔더라면, 진실을 밝힐 기회도, 남을 위해 봉사하며 살 기회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 또, 재래시장에서 일하며 어렵게 생계를 꾸리고 있는 그의 노모는 국가에 의한 또다른 살인의 피해자가 돼 있을 것이다. 교정위원 황씨는 “단 한 사람이라도 억울하게 죽을 수 있다면 사형제는 없어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박용현 기자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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