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사형 반대 아시아 네트워크‘ 발족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김형태 변호사(천주교 인권위원회 이사장), 고은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장, 프루나 센(Pruna Sen) 국제앰네스티 아시아ㆍ태평양국장, 김희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국장.
공지영씨, 달마다 서울구치소 찾아 사형수 면담
국제 앰네스티 한국지부는 10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세계 사형 반대의 날’을 기념하고 ‘사형 반대 아시아 네트워크’의 출범을 알리는 행사를 열었다.
프루나 센 국제 앰네스티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사형제 폐지 결정은 한국 정부가 인간의 생명권과 인권을 존중한다는 강력하고 분명한 표명이 될 것”이라며 “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거의 확정된 반기문 외교부 장관에게도 사형제 폐지 특별법을 지지하도록 탄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형제 폐지 문제를 줄곧 제기해온 김형태 변호사(천주교 인권위원회 이사장)는 “오는 12월 정기국회에서 사형제 폐지 법안이 반드시 통과되도록 국회 법사위 위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설득하고 있다”며 “사형제 폐지를 다른 아시아 국가에 ‘수출’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사형을 종신형으로 대체하는 내용의 ‘사형 폐지에 관한 특별법안’은 지난 2004년 국회의원 175명의 서명을 받아 발의됐지만, 지난 2월 공청회를 한 차례 열었을 뿐 3년째 본격적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1997년 12월 23명의 사형을 마지막으로 집행했으며, 더이상의 사형 집행 없이 2007년 12월을 지나면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되게 된다. 현재 64명의 사형수가 수감돼 있다.
이날 행사에서 ‘사형 제도가 폐지돼야 하는 이유’라는 의견문을 발표할 예정이었던 소설가 공지영(43)씨는 긴급한 개인 사정이 생겨 참석하지 못했으나,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쟁과 살인이 왜 나쁜지를 알기 위해서도 사형제 폐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개봉해 한달 사이 300여만명의 관객을 모은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원작소설을 지은 공씨는 “아무리 극악한 범죄자라고 할지라도 그들의 생명을 잔인하게 빼앗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교화시키는 것이 청소년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그래야만 천천히 생각하고 기다려주며 관용할 줄 아는 사회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공씨는 지난해 봄부터 일주일에 한 차례씩 사형수들을 만나왔고 지금도 달마다 서울구치소를 찾고 있다. 그가 만난 사형수들은 모두 11명으로, 공씨는 “사랑 앞에서 그들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보면서 사랑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배웠다”고 말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프루나 센 국제앰네스티 아시아ㆍ태평양 국장이 사형제 폐지가 정당한 이유에 대해 참석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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