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내년도 예산안 관련 쟁점 사안들에 대한 일괄 타결에 합의한 뒤 손을 모으고 있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정우택, 민주당 우원식,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김 부총리.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여야의 정부 예산안 합의에 따라 아동수당은 그 대상이 줄고 지급 시기가 늦춰졌다. 기초연금 인상 시기도 5개월 뒤로 밀렸고, 누리과정 예산은 내년 이후 늘릴 수 없게 됐다. “내년 지방선거에 복지가 밀린 정략적 결정”이란 지적이 나온다.
4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3당 원내대표의 합의 결과를 보면, 애초 가구 소득에 상관없이 만 0~5살인 아동 모두에게 월 10만원씩 지급하려 했던 아동수당은, 소득수준 90% 이하인 가구(2인 기준)에 속하는 아동한테만 지급된다. 지급 시기도 내년 7월에서 9월로 2개월 늦춰졌다. ‘금수저에게까지 아동수당을 줄 수 없다’는 야당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결과다. 결국 소득 상위 10% 이상 가구의 아동은 지원 대상에서 빠지면서 정부의 아동수당 도입 원칙인 ‘보편주의’가 훼손됐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게 됐다.
김진석 서울여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아동수당은 아동인권 차원에서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사회가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소득 수준을 따질 문제가 아니다. 보편주의를 포기하면 수혜를 받는 이와 아닌 이가 나뉜다. 이런 인식이 확산되면 그만큼 복지 확대 여지가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 원장도 “누구나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아동만은 안전하게 키우겠다는 게 아동수당의 취지다. 사회안전망 구실을 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국가들이 보편주의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일부 유럽 국가들이 소득에 따른 차등 지원을 하지만 이런 나라는 저출산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됐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우린 돈을 아낄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여야는 기초연금과 관련해선 정부 원안인 25만원으로 인상하되, 지급 시기를 애초 내년 4월에서 9월로 늦추기로 했다. 이러면서 “생활이 보다 어려운 소득인정액 100분의 50 이하 어르신에 대한 지원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중장기 기초연금 제도 개선 방안을 강구한다”란 단서를 달았다. 역시 선거에서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야당 쪽 우려가 반영됐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임기 중 공약 이행 관점에서 보면 큰 차이가 없는데도 지급 시기를 5개월 늦춘 건 지나친 정치공학적 결정이다. 지방선거 시기를 피한다는 정략적 이유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만 3~5살 유아한테 어린이집에서 제공하는 교육·보육 과정인 ‘누리과정’의 경우 여야는 내년 일반회계 전입금을 정부 원안인 2조586억원으로 정했다. 그러면서 “2019년 이후 누리과정 지방교육자치단체에 대한 예산 지원은 2018년 규모를 초과할 수 없다”고 합의했다. 누리과정은 지난 정부에서 각 시·도교육청이 모든 비용을 부담해 “국가가 재정지원도 없이 시·도교육청에 책임을 전가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는 지난 5월 관련 예산을 전액 국고로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이번 여야 합의로 올해 지원액 이상으로 정부 지원을 늘리지 못하게 됐다. 여야는 또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한 고교 무상교육의 재원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조달하기로 했다. 역시 정부 지원 여지를 없앤 것이다.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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