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끝내고 전국 초·중·고등학교 상당수가 개학한 17일 오전 서울 강서구 월정초등학교 2학년인 남매가 손을 잡고 등교하고 있다. 수도권 초등학교는 1학년과 2학년은 등교하고 나머지 학년은 원격수업을 받고, 비수도권의 초등학교는 1학년과 2학년은 매일 등교하고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은 4분의 3이 등교한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걱정이 되긴 하지만 어쩌겠어요. 코로나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니 조심해서 등교해야죠. 아이가 이미 학교에서도 마스크를 잘 쓰는 훈련이 된 것 같아서 그래도 안심이 됩니다.”
17일 오전 8시30분께 서울 강서구의 월정초등학교. 엄마 손을 잡고 등교하는 1~2학년 학생들의 모습이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했다. “화이팅”을 외치며 1학년 아들을 들여보내고 건물 안으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던 학부모 ㄱ씨는 “염려는 되지만 등교 확대를 환영한다”고 말하며 “계속 가정학습만 할 수는 없지 않겠나. 아이도 학교 간다고 하니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방학과 원격수업이 이어지다가 오랜만에 학교로 향하는 아이들의 발걸음은 흥겨웠다. 하지만 아이들은 보폭을 좁혀 뛰다가도, 체온계를 내미는 보안요원이 나타나면 익숙하게 걸음을 멈추고 얌전히 손목을 내밀었다. 친구와 손을 잡고 걷다가 봉사자 학부모들이 “거리두기”를 외치면 재빨리 손을 놓고 간격을 벌려 정문을 통과했다. 이미 코로나19 속 학교 생활에 적응한 모습이었다.
본격 등교확대에 앞선 준비 주간인 만큼 이날 월정초에는 병설유치원과 1~2학년을 중심으로 등교가 이뤄졌다. 월정초의 전체 학생 955명 중 이날 등교 예상 인원은 1학년 150명, 2학년 140명에 돌봄교실 학생 53명과 유치원 81명까지 모두 424명이다. 본격 등교가 확대되는 9월6일부터는 3단계로 하향될 경우 전면등교를 하게 되고, 4단계가 유지되더라도 초등학교 3~6학년의 2분의 1이 등교할 수 있게 된다.
월정초는 짝수 학년은 정문으로, 홀수 학년은 후문으로 등교하게 한다. 또 학년별로 시간대도 엇갈리게 해서 동선을 최대한 겹치지 않게 조정했다. 학교 주변엔 봉사를 나온 학부모 7명과 교육지원청이 배치한 ‘미담가족봉사단’ 8명이 나서서 아이들의 등교를 도왔다.
코로나19의 확진자 증가와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가운데 교육부가 점진적이나마 등교 확대 방침을 유지하는 데 대해 학부모들의 우려가 없는 건 아니었다. 차를 끌고 와 2학년 딸의 등교를 챙긴 학부모 한 아무개씨는 “아이들이 전염에 노출될 수밖에 없어 불안해서 급식은 먹이지 않고 있다. 아이도 본인이 불안하다고 해서 그냥 집에 와서 먹는다”며 “돌파감염 이야기를 듣고 더 걱정이 된다. 마스크도 웬만하면 벗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간 학습결손 등의 문제점을 겪으면서 학교를 더 많이 보내는 게 낫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월정초에 2학년 손주를 등교시킨 이숙경씨는 “애들 수업 못하는 게 가장 걱정이었다. 부모가 맞벌이니 할머니로서 애들을 챙기는데 원격수업에 대해 젊은 학부모보다 모르는게 많지 않겠나. 그래서 공부가 제대로 안되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이날 월정초 현장을 점검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코로나의 교육적 그늘이 너무 크다. 국가적 차원에서 내달 3일까지 총력 방역전을 해서 3단계로 내려가면 전면등교가 되는 게 가장 이상적이고, 4단계더라도 3분의2(등교)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급식 상황에 대한 우려가 큰 점을 고려해 식탁 가림막 예산을 추가로 투입할 방침이다.
한편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대체로 적용되는 비수도권에서는 개학 즉시 전면등교하는 지역들도 나왔다. 4단계로 가지 않은 광주·전남·전북·충남·충북·강원·대구·경북·울산·세종 등이 해당된다.
교육부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전국 유·초·중·고교 2만512개교 중 4378개교인 21.3%가 개학했으며, 전체의 19.2%인 3941개교가 등교 수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전면 원격수업을 한 학교의 비율은 2.1% 정도다. 학생 수 기준으로 봤을때 전국 593만명 가운데 4.8%인 28만명이 등교 수업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교육부는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 확산과 관련해선, 기존의 지침을 좀 더 철저하게 지키는 방향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교육부의 기본적인 방향은 똑같지만, 감염력이 높은 특성이 있기 때문에 학교 현장에서 기존의 지침을 잘 지키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은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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