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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공부합니다

등록 2021-08-30 17:27수정 2021-08-31 02:33

연재ㅣ강원국의 ‘공부하면 뭐 하니’
글쓰기와 공부는 일맥상통합니다. 어떤 사람이 글을 잘 쓰는가. 세 가지 마음이 있는 사람입니다. ‘나는 글을 잘 쓴다.’ ‘나는 글을 쓸 수 있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먼저 ‘나는 글을 잘 쓴다’는 자기존중감이 필요합니다. 모든 글을 잘 쓸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잘 쓸 수 있는 글은 있습니다. 글의 여러 갈래 가운데 내가 상대적으로 잘 쓰는 것을 말합니다. 나는 트위터보다는 페이스북 글을 잘 씁니다. 굳이 못 쓰는 트위터에 목매지 않습니다. 그럴 이유가 없지요.

잘하는 걸 더 잘하면 됩니다. 못하는 것을 잘하려고 하기보다는 잘하는 걸 더 잘하는 게 맞습니다. 내가 학교 다닐 적 공부는 평균을 올리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못하는 것을 끌어올려 고루 잘해야 했습니다. 부모님과 학교는 못하는 것을 잘하게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수능이건 내신이건 평균이 높아야 하니까요.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나는 쓸 수 있다’는 자아효능감이 필요하다. 자아효능감은 시도와 반복으로 길러진다. 많이 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잘할 수 있게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나는 쓸 수 있다’는 자아효능감이 필요하다. 자아효능감은 시도와 반복으로 길러진다. 많이 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잘할 수 있게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잘하는 걸 할 때 자신 있고 신명납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제는 모두 잘하는 게 강점이 되는 시대도 아닙니다. 소설가는 소설을 잘 쓰면 되고 시인은 시를 잘 쓰면 됩니다. 소설가가 시도 잘 쓴다 해서 경쟁력이 커지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정체성이 불분명해져 그의 소설까지 안 팔릴 수 있습니다. 만능이 우대받던 시절이 있었지요. 지금은 만능에 높은 값을 쳐주지 않습니다. 만물박사가 더 이상 존경의 대상이 아닙니다.

잘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아이는 없습니다. 무언가 잘하는 게 반드시 있습니다. 그것을 찾으면 됩니다. 과거에는 잘하는 것에도 우열이 있었습니다. 영어와 수학이 사회나 과학보다 중요했고 배점도 높았습니다. 아무거나 잘해선 의미 없고 남들이 인정해주는 걸 잘해야 했지요.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모든 것에 나름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세상이 됐습니다. 잘 놀기만 해도, 잘 먹기만 해도 인정받는 시대입니다. 누구나 스스로를 존중하며 사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나는 쓸 수 있다’는 자아효능감도 필요합니다. 자아효능감은 시도와 반복으로 길러집니다. 나는 글을 쓰건 말을 하건 시작하기 전이 가장 자신 없습니다. 그러나 막상 시작하면 시도하기 전보다 훨씬 자신 있는 상태가 됩니다. 동 트기 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지요. 시작에 머물지 않고 반복하면 자신감은 더 커집니다. 글은 많이 써봐야 잘 쓸 수 있습니다. 말도 많이 해봐야 잘할 수 있습니다. 많이 하다 보면 익숙해집니다. 익숙해지면 잘할 수 있게 됩니다.

나는 쉰살 되기까지 말하기가 가장 자신 없었습니다. 지금은 강의하고 방송에도 나갈 정도로 익숙해졌습니다. 나는 말할 때만 말하지 않습니다. 말하기 전에 머릿속으로 말해봅니다. 가상 시나리오를 그려보고, 혼잣말을 해봅니다. 말해야 할 때는 선수를 칩니다. “저부터 얘기해도 될까요?” “제가 한말씀 드리겠습니다.” 누군가와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는 내 말을 복기합니다. 내가 무슨 말을 했고, 해선 안 되는 말을 한 것은 없는지 되뇝니다. 같은 말을 세 번 해보는 셈입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집니다. 좋은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메모합니다. 메모한 걸 누군가에게 말해보고, 말이 된다 싶으면 블로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짧은 글을 씁니다. 이렇게 쓴 글이 최근 7~8년 동안 만 개 가까이 됩니다. 나는 이렇게 써둔 짧은 글들을 연결하고 조합해 글을 씁니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이런 과정의 산물입니다.

끝으로,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애호감을 키워야 합니다. 대학 강의에 가면 학생들이 묻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나요?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나요?’ 나는 망설임 없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대답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잘하게 됩니다. 하지만 잘하는 일을 열심히 한다고 그 일이 좋아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애호 대상은 글쓰기일 수도, 독서나 운동일 수도 있습니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애호감을 키우는 게 중요합니다. 애호감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싫은 것은 싫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나는 ‘싫다’는 말을 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그것이 일이건 사람이건 상황이건 말입니다. 싫다는 내색을 하면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조차 모르고 살았습니다. ‘싫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살 때는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 하는 일만 하며 살게 됩니다.

싫은 걸 하지 않는 데 그쳐선 안 됩니다. 좋아하는 걸 찾아야 합니다. 나는 쉰살 넘어 그걸 찾았습니다. 나는 글쓰기와 말하기에 관해 말하고 쓰는 게 좋습니다. 그것을 할 때 가장 행복합니다. 학교 다닐 적엔 공부가 재미없었는데, 요즘엔 말하기와 글쓰기에 관해 공부하는 게 즐겁습니다. 즐거운 이유는 간단합니다. 공부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학교 다닐 적에는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공부했습니다. 지금은 말하고 쓰기 위해 공부합니다. 시험은 내가 주도하지 않습니다. 시험당하고 비교당하는 것입니다. 즐거울 리 만무합니다. 말하고 쓰는 것은 내가 주관합니다. 남에게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끌고 갑니다. 내 말과 글의 주인은 나 자신입니다.

강원국ㅣ<대통령의 글쓰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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